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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의 늪’ 호르무즈, 日해상자위대 ‘마지막 카드’로 부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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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13. 14:52

"세계 1위 소해 전력"… 워싱턴의 '다급한 손짓'과 도쿄의 딜레마
일본과 이란, 전통적 우호적 에너지 파트너......이란의 보복 위협 변수
일본의 파병 시나리오: 헌법과 현실의 줄타기
0313 일본 해상자위대v.1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인 이즈모급 헬기탑재 호위함과 기동 함대가 보급 훈련을 수행하는 모습.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소해 전력으로 기뢰 탐지·제거 능력과 장기 체류 작전 능력, 그리고 강력한 호위 전력과 결합한 작전 확장성을 보여준다. 중동 해역 기뢰 제거 작전에서 일본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 연합, 자료=일본 헤상자위대
13일 현재, 세계 경제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지난달 28일(이하 '이란' 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시작된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테헤란 공습과 이에 맞선 이란의 보복전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이 좁은 물길은 항행이 불가능한 '위험 지대'로 전락했다. 12일 미 해군이 이란의 기뢰 부설 선박 16척을 격침했다는 승전보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해협을 '폐쇄'했다고 선언한 후,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무인 자폭 선박(USV)을 무차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사이에도 마셜 제도 국적의 '세이프시 비슈누(SAFESEA VISHNU)'호와 몰타 국적의 '제피로스(ZEFYROS)'호가 공격을 당했고, 태국 선적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는 무인 자폭 선박의 직격탄을 맞고 불길에 휩싸였다.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은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

13일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과 일본은 치명타를 맞았다. 대체 항로를 이용하느라 운송 기간은 2주 이상 늘어났고, 전쟁 위험 보험료는 평시 대비 6배 가까이 폭등했다.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체 폭 55㎞ 가운데 유조선 실제 통항 구간은 10㎞ 이내로, 모두 이란 영해에 속한다.

좁은 목줄기에 이란의 고속정과 기뢰가 포진한 '요새'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70.7%, 액화천연가스(LNG) 20.4%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은 불가피하다.

일본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원유 수입의 약 95%가 중동산이며, 이 중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LNG는 중동 비중이 11%로 한국보다 낮지만, 원유 의존도가 압도적이어서 전체 에너지 위기가 더 클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전략 비축유 254일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장기 봉쇄 시 가격 폭등과 공급 차질을 피할 수 없다. 이미 호르무즈 긴장 고조로 아시아 유가·LNG 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2일 공식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계속 활용해야 할 전략적 지렛대"라고 밝히며, 봉쇄를 유지하고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소형 선박과 드론, 미사일을 동원한 '게릴라식' 대응으로 해협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13일 현재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美 워싱턴의 국방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약 10개 해상 기뢰를 부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미 11일 보도했으며, 12일에는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mines)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며, 심각하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3km 정도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초크 포인트(Chokepoint)'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은 드론, 지대함 미사일, 그리고 기뢰를 활용한 비대칭 전력등으로 세계 경제의 혈맥을 틀어쥐고 있다.

이란이 소형 선박을 이용해 은밀하고 빠르게 기뢰를 부설할 경우, 이를 완벽히 방어하거나 즉각 제거하는 데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해군이 자랑하는 소해함대(MCM) 조차 좁고 복잡한 해협에서 이란의 조직적인 기뢰 부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안보 정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매우 무게감 있게 거론되는 카드가 있다. 바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소해(掃海) 능력이다.

본지는 현재 중동의 군사적 긴장 상황과 각국의 대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은식 한국전략문제 연구소 소장(예 준장, 기갑)과 12일 '일본의 파병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전략적 딜레마를 심층 분석했다.


0313 호르무즈 유조선 불타
태국 선적의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 측이 발사한 무인 자폭 선박(USV)의 공격을 받은 직후의 모습입니다. 선미(배 뒷부분) 하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연기와 파손된 선체는 이번 공격의 정밀함과 위력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선미 하단에 주황색 구명정이 내려와 있는 모습은 공격 직후 선원들이 느꼈을 극도의 공포와 긴박했던 탈출 상황을 짐작게 한다. 민간 상선은 이러한 비대칭 무기 공격에 방어 수단이 전무하며, 이는 전 세계 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심리적 봉쇄' 요인이다. / AP 연합
"세계 1위 소해 전력"… 일본의 은밀한 자신감

일본 해상자위대가 왜 '기뢰 제거의 명가'인가. 그 기원은 역설적이게도 2차 대전 패망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소장은 설명한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 근해에 남은 미군 기뢰(약 1만~1만2천 발, 일명 '고사작전(Operation Starvation)')와 미군의 1945년 일본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위해 살포된 일본군 기뢰(약 5만5천 발)를 일본 측이 주력으로 제거했다.

이 작업이 해상자위대(당시 해상보안청→1954년 JMSDF) 소해전력의 뿌리이며, 현재까지도 잔여 태평양 전쟁 당시의 기뢰를 처리 중이다.

1991년 걸프전 직후, 일본은 평화헌법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 소해함대를 파견해 기뢰를 제거한 전례가 있다. 이는 자위대 최초의 해외 대규모 실전 작전이었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세계 유수의 소해함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뢰 탐지 및 제거에 특화된 수중 무인 탐사기(UUV)와 소해 헬기 전력을 통합 운용한다.

특히 이들이 운용하는 '소해 모함'과 정밀 음향 탐지 기술은 미군조차 인정하는 독보적 영역이다. 이란이 사용하는 재래식 기뢰부터 수심 깊은 곳에 매설된 스마트 기뢰까지, 일본의 전력은 이를 '핀셋'처럼 골라내는 능력을 갖췄다.

미국이 자국 전력만으로 호르무즈를 감당하기 벅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도쿄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한 '안보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은식 소장은 분석했다.


워싱턴의 '다급한 손짓'과 도쿄의 딜레마

미국이 일본에 소해 전력을 요구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은 전략 요충지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의 기여를 항상 요구해 왔다. 2019년 호르무즈 긴장 고조 당시에도 미국은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일본의 참여를 강력히 타진했다.

하지만 일본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본 석유 수입의 90% 이상이 중동에서 온다. 호르무즈는 일본 경제의 생명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9조(평화헌법)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엄격한 제약 때문에 분쟁 지역에서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최근 일본의 '안보 문서 3개 개정(2022년)'을 통한 방위력 증강과 역할 확대 기조가 있더라도, 실제 전장에 소해함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0313 일본 해상자위대 모가미급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 7번함 니요도함의 진수 모습. 일본은 OZZ-5와 같은 고성능 소해용 UUV를 운용하며 이를 소해함과 연계해 기뢰를 탐색·식별·제거하는 통합 전술을 활발히 실전 배치하고 있다. 특히 최신 '모가미급 호위함' 등이 무인수상정(USV) 및 UUV를 운용하는 등 무인화 체계가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 일본해상자위대 엑스(트위터) 계정 캡쳐
일본의 파병 시나리오: 헌법과 현실의 줄타기

주소장은 일본 정부가 취할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전면적 파병. '중동 긴급 대응 특조법'을 제정해 해상자위대를 급파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일 동맹을 최상위로 격상하는 결단이나, 이란과의 관계 단절과 국내 반전 여론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기술 및 인적 지원. 소해함 파견 대신 최고 전문가들과 UUV 장비를 미군함에 탑승시키는 방식이다. '군대 파병' 비판을 피하면서 미군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우회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다국적군 참여. 미국 주도의 연합 해군 작전에 '항행의 자유' 임무로 합류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전쟁 지원'이 아닌 '국제 공공재 수호'임을 강조하여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더 이상 '방관자'는 없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일본과 우호적인 에너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9년 미국 주도 호르무즈 호위 연합(IMSC)에 일본이 참여 거부를 했으며, 당시 이란 대통령 로하니가 일본의 불참을 긍정 평가하며 "환영"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3일 현재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 전체 원유 수송이 차단되며 일본이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에 동참하는 순간, 이란은 일본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규정할 것이다. 이는 기업 자산 동결이나 원유 수출 중단 등 이란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도박으로 주소장은 분석한다.

기뢰 제거는 단순한 배 띄우기가 아니다. 30억 달러짜리 군함의 안전을 지키고 세계 경제의 동맥을 유지하는 '고도의 외교적 군사 행위'라고 주소장은 강조한다.

일본이 호르무즈에 발을 들인다면, 그것은 중동 안보 질서가 완전히 개편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비대칭 덫'을 깨부수기 위해 일본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지금, 도쿄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을 수 없는 잔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이란의 소모전이 격화되는 3월, 일본의 선택은 단순히 중동의 물길을 트는 것을 넘어, 아시아 안보 지형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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