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단독]매일 물 1.2억ℓ씩…지역 주민 ‘생존 경쟁’ 떠미는 AI데이터센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25010007630

글자크기

닫기

김홍찬 기자 | 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2. 26. 05:00

[AI데이터센터의 그림자]⑧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상위 10곳 전수조사
일일 물 사용량 64만명분과 같아
공공재 사용에도 규제·투명성 전무
주민-AI 기울어진 '생존경쟁' 불가피
지
지난해 9월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극한 가뭄 속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각지에서 구축되고 있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가 하루에 1억ℓ를 훌쩍 넘는 양의 물을 빨아들일 것으로 추산됐다. 수십만명에게 동시 공급할 수 있는 물이 데이터센터로 흘러간다는 의미다. 정부와 기업이 열을 올리고 있는 AI 대전환이 지역 주민을 기계와의 '생존 경쟁'으로 내몰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등으로 인간이 사용할 수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AI데이터센터의 공공재 소모 문제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투데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내 AI데이터센터 사업 76개를 전수조사했다. 이 중 상위 10곳을 추린 결과, 이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일일 용수량은 최소 1억2604만5000ℓ로 추산됐다. 본지 문의에 사용 예상치를 공개한 곳 중에서는 삼성SDS가 전남 해남군에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데이터센터 파크가 하루 6000만ℓ로 가장 많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고양시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가 400만ℓ로 뒤를 이었다. 공개하지 않거나 아직 추산 중인 곳은 데이터센터 규모를 바탕으로 상시 전력량(설계 규모의 60%)과 업계 평균 물 효율 지수(1킬로와트시 당 1.8ℓ)를 고려해 자체 추산했다. 이에 따라 최대 1기가와트(GW) 규모인 울산과 포항이 각각 하루 2592만ℓ로 가장 많은 용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0곳의 일일 용수량은 국내 가정용 수도 사용량(하루 196.6ℓ) 기준으로 64만명분에 이른다. 경기도 남양주시 전체가 쓰는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시키기 위한 전력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간접 사용량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양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이다. 필수 자원인 물을 AI데이터센터와 양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AI데이터센터들은 용수를 인근 하천과 댐, 지하수 등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급받는 공공재로부터 끌어오는 구조다. AI데이터센터는 주로 수냉식을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된 냉각수는 증발돼 재사용률이 낮다. 정화 과정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는 일반 가정 수도와 비교해 실질적인 사용량이 훨씬 많은 것이다.

심지어 기후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자원 부족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감사원이 2023년 발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2030년에는 연간 2846억~3970억ℓ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국내 가뭄 빈도는 지속 증가 중이며, 지난해 강원 강릉 사례와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저수율이 급감하는 '돌발가뭄'도 잦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추진 중인 AI데이터센터들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연간 최소 460억ℓ의 물이 추가로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물 부족이 당면한 국가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물 부족 위기에 대한 국가 대응력은 계속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이미 운영 중인 해외에서는 물 부족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와 애리조나주 등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수질 악화와 수압 저하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허브로 부상한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 주민 역시 상습적인 단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공 자원 사용에 대한 규제나 투명성 확보 방안은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 국회 상정된 'AI데이터센터 진흥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산업 진흥을 위한 기업 지원 관련 내용만 포함하고 있다. 전력 사용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한 자발적 공개에 의존하고 있고, 이마저도 용수량은 공개되지 않는다. 인근 주민들은 AI데이터센터가 얼마큼의 자원을 사용하는지도 모른 채 '강요'된 물 확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에너지 효율 지수와 같은 수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국내는 논의조차 안 되는 분위기"라며 "공공재를 깜깜이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홍찬 기자
최민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