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kaoTalk_20251109_085503358 | 0 | | '2025 구미라면축제'가 지난 7일부터 경북 구미역 일원에서 열렸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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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비결은 '갓 튀긴 라면'입니다. 라면을 소재로 한 명품 미식 요리, 여기에 참여 셰프들의 선의의 경쟁이 더해졌습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7일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때 산업의 도시로 불리던 구미가 'K푸드의 성지'로 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축제는 구미역 앞 475m 거리를 거대한 라면 거리로 바꿔놓았다. 면을 삶는 수증기와 매운 향이 뒤섞인 도심은 오랜만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3개 테마, 37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행사에는 개장 두 시간 만에 주문 2000건이 몰렸고 약 1만 명이 유입됐다.
 | 후루룩 라운지 | 0 | | 현장 내 마련된 '후루룩 라운지'. 각 부스에서 구매한 라면은 이 곳에서 먹을 수 있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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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5개 부스가 참여했다. '토마토라면' '대창라면' '꿀배LA갈비짜장라면' '한우대창 야끼라면' 등 이색 메뉴가 등장했다. 구미시는 실제 메뉴가 사진과 동일하게 나올 수 잇도록 3일간 모니터링 등을 진행했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기획단장은 "가장 비싼 메뉴도 9000원을 넘지 않도록 해 '바가지 없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갓 튀긴 라면' 콘셉트는 구미가 라면 생산공장인 농심 구미 공장을 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됐다. 농심은 매일 오전 구미공장에서 생산한 신선한 면을 각 부스에 공급했고, 상인들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현장에서 요리·판매했다. 현장에서 직접 맛본 라면은 갓 생산된 면이라 탄력이 살아 있었고, 스프의 매운 향이 덜 날아가 국물 맛이 한층 깊었다.
 | 아사도삼겹 라면 | 0 | | 구미에서 화육아사도 매장을 운영하는 '아사도삼겹라면' 부스 앞.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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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kaoTalk_20251109_092638702 | 0 | | 아사도삼겹 라면. 직접 삶은 아사도 고기와 특제 양념 소스가 더해졌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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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화육아사도' 매장을 운영하는 권용철(39)씨는 뜨거운 화구 앞에서 연신 고기를 삶아내느라 땀을 훔쳤다. 권씨가 준비한 라면은 신라면에 오랜 시간 삶은 아사도 고기와 특제 양념을 얹은 메뉴였다. 권씨는 "지난해 축제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는 꼭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요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이날은 개장 3시간도 채 안 돼 300그릇을 판매했다.
구미시는 올해 부스별 대기 인원과 조리 현황을 실시간 안내하는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방문객은 늘었지만 회전율은 높아졌다.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은 김성민(32)씨는 "작년엔 줄이 길어 두 그릇밖에 못 먹었는데, 올해는 9그릇이나 먹을 수 있었다"면서 "토마토 라면과 대창 라면이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 KakaoTalk_20251109_091817291 | 0 | | 농심 너구리 캐릭터 앞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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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kaoTalk_20251109_085442765_09 | 0 | | 현장에서 진행된 '후루룩 챌린지'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신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1인에게 상품이 주어졌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 열기가 축제 현장을 가득 메웠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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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곳곳은 남녀노소로 북적였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30대 부부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른 풍경이 이어졌다. 농심이 K팝 애니메이션 '데몬 헌터스'와 협업해 꾸민 체험 부스 앞에서는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터뜨렸고, 농심 너구리 캐릭터 앞은 인증샷 명소로 붐볐다. 아이들은 라면 조리 체험 코너 앞에 길게 줄을 서며 기대감을 보였다.
한평생 구미에서 살았다는 김검옥(65세)씨도 "라면은 잘 안 먹지만, 그래도 이렇게 외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시끌벅적하니 그냥 구경만 해도 재밌다"면서 "뽑기 행사도 있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활기차다"고 했다. 현장 바로 옆에서 '미스터 케밥'을 운영하는 아부바카(Abubakar)씨도 "축제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오늘 케밥도 더 팔았다"며 "매일 이런 축제를 하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에는 약 17만 명이 다녀갔으며 이 중 48%가 외지 방문객이었다. 소비 창출 효과는 약 15억원으로 추산됐다. 김 시장은 "올해는 대경선 광역철도 개통으로 대구 등 인근 지역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한정판 '케데헌 에디션' 등 특화 상품도 선보이며 더 많은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KakaoTalk_20251109_085442765_04 | 0 | |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2025 구미라면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모습.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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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kaoTalk_20251109_085442765_02 | 0 | | 농심 구미공장에서 생산 완료된 신라면 제품을 근무자들이 최종 점검하고 있는 모습. 구미공장은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다. '신라면' 고속라인에서는 1분에 최대 600개의 제품이 생산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포장 결함이나 중량 편차 등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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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으로 글로벌 매운맛 잇는다
이 축제의 중심에는 농심이 있다. 구미시와 농심은 올해 축제를 공동 기획했다. 농심은 구미공장에서 당일 아침 생산한 라면을 상점과 부스에 공급했고, 구미시는 이 라면으로 상인들이 직접 요리·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미공장은 1991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하루 665만 식의 라면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다. 신라면·안성탕면·너구리 등 농심의 주력 제품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지며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이다.
 | 신라면 | 0 | | 농심이 오는 11월 말 출시하는 '신라면 김치볶음면'. 가장 맛있는 김치의 산도를 내는 것이 제품 개발의 목표였다. 가격은 개당 1300원대로 신라면 투움바와 같다. / 차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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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이번 축제 현장에서 오는 11월 말 출시 예정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처음 공개했다. 국물형에서 볶음형으로 제품군을 확대한 신제품으로, 지난해 선보인 '신라면 툼바'에 이은 두 번째 글로벌 전략 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이마트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판매를 확대하고, 내년에는 70여 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누적 6000만 봉이 팔린 '신라면 툼바'를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을 맡은 오은지 스프개발3팀 책임은 "볶음김치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포인트였다"며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를 더해 외국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했다. 글로벌 소비자 실평가를 거쳐 완성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개당 가격은 1300원대다.
농심은 'Spicy Happiness In Noodles(한 그릇의 매운 행복)'을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단순한 식품 브랜드를 넘어 세계 각국 소비자들이 '한국식 매운맛'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농심은 '보고·먹고·즐기고(See·Eat·Enjoy)'를 핵심 키워드로, 스포츠·음악·축제 등 각국의 문화 속에서 신라면을 체험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구미라면축제 역시 그 일환이다. 농심 관계자는 "구미공장은 농심의 기술력과 품질 철학을 상징하는 생산기지이자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이라며 "세계인의 일상에 매운 즐거움을 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