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직지 연구한 야닉 브뤼느통 교수 발표
"백운, 국가종교로서 불교보다 수행 본분 강조"
|
한마음선원 산하 한마음과학원은 27일 제10회 국제학술대회를 안양본원 3층 법당에서 개최했다.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안양본원 주지 혜솔스님 등 스님들과 미국 아메리카대 박진영 교수와 원하이밍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 프랑스 야닉 브뤼느통 프랑스 파리 시테대학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과 불자(불교 신자) 200여 명이 함께했다.
'내면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란 주제로 열린 이날 국제학술대회에서 눈길을 끈 야닉 브뤼느통 교수의 발표였다.
직지를 30여 년간 연구한 브뤼느통 교수는 직지의 저자 백운스님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여러 명에게 보낸 친필 편지 33편을 분석했다. 이 편지는 백운스님이 중국 천호암에서 석옥 청공선사에게 법을 묻고 귀국한 뒤 열반할 때까지의 기록들이다. 공민왕부터 해주목(海州牧)까지 당시 고려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 흔적이 편지에 담겼다.
유창한 한국말로 강연한 브뤼느통 교수은 "'직지'의 내용만을 보면 임제종 조사 석옥청공 등 중국 선사들의 자료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지만 보고는 백운화상의 사상과 생애를 파악하긴 어렵다. 제가 하는 연구는 백운화상의 생애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브뤼느통 교수가 친필 편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운스님은 세속적·정치적 목적으로 불교를 찾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비록 고려의 국교가 불교였지만 호국불교 같은 국가종교로서 불교를 백운화상은 염두하지 않은 것이다.
브뤼느통 교수는 "백운스님은 불교는 도를 얻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본 목적이라고 봤다"며 "그는 선사로서 승려의 본분을 유지하기 위해 관직 같은 명예를 피했고 주지 자리를 주어져도 곧 사직하곤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백운의 문도들, 특히 귀족 출신 비구니 묘덕스님이 시주로 '직지'와 '어록'을 준비하고 인쇄해 후대에 남겨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글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행장을 집필하지 않았다"며 "백운스님의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수행자로 본분에 철저하려고 했던 백운스님의 유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참가한 독일 한마음아카데미 혜유스님은 "이러한 서간문은 혼란한 고려 말 백운화상이 수행 본분을 통해 불교의 본래 정신을 대중에게 전하려고 했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직지'라는 큰 유산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백운화상의 사상과 생애를 조명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