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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AP·로이터 등은 전날 라가사가 상륙한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기상청에 따르면 라가사는 중심부 최대 풍속 시속 215km, 순간 최대 풍속 시속 295km의 막강한 위력을 동반한 채 이날 오후 필리핀 북부 카가얀주 파누이탄섬에 상륙했다. 필리핀에서는 풍속이 시속 185km를 넘으면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한다.
라가사가 상륙하며 카가얀주에서 8200명 이상, 아파야오주에서 1220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다. 아파야오주 전체와 칼라얀섬에는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북부 루손 지역 29개 주에 대해 공공기관 업무와 각급 학교 수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북부 지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번 태풍은 필리핀이 최근 '유령 홍수 예방 사업' 부패 스캔들로 전국적인 시위를 겪고 있는 와중에 발생해 부실한 재난 대비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태풍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만·홍콩·마카오도 초비상이 걸렸다. 대만은 남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휴교령과 대피령을 내렸고 146편의 국내선 항공편을 취소했다.
홍콩 공항 역시 23일 저녁 6시 이후 항공편 운항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사 한 곳에서만 500편 이상의 결항이 예상된다. 저가 항공사인 HK익스프레스도 100편 이상의 결항을 발표한 상태다.
홍콩과 마카오 전역의 모든 학교에는 이틀간의 휴교령이 내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홍콩 시민들이 태풍 상륙에 대비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22일 아침부터 슈퍼마켓에 긴 줄이 늘어섰고 우유 등 일부 품목은 동이 났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재래시장의 채소 가격은 평소의 3배 이상으로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태풍의 최종 상륙 지점으로 예상되는 중국 남부 대륙은 사실상 '전시 태세'에 돌입했다. 황쿤밍 광둥성 당서기는 지역 내 모든 부서에 "비상사태 및 전쟁 준비 태세에 전면 돌입하라"고 당부했다. IT 허브이자 인구 밀집 지역인 선전시도 저지대 주민 등 약 40만 명을 대피시키고 23일 밤부터 공항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장먼·중산 등 광둥성의 다른 주요 도시들도 학교·사무실·공장 운영 및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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