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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공포감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근원적 해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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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기자

승인 : 2025. 09. 19. 19:43

이철현
이철현 건설부동산부 차장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대한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예시 :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 도입.'

정부가 지난 15일 공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중 '신속·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 부과'에서 밝힌 문구다. 정부의 사망사고 근절 의지는 예시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언론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보도했다. 정부가 '예시'라고 밝혔지만 강력한 수치에 가려졌다. 이미 건설업계는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사망사고에 대해 엄벌을 천명한 만큼 강력한 벌칙 규정이 나올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충격적 수준의 숫자를 접한 뒤 망연자실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근로현장에서의 안전과 관련된 현황을 점검하고 안전과 관련된 규정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가가 안전과 관련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국민적 비난을 받는다면 그것 역시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력 제재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근원적인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기간을 대폭 늘리는 등 실질적인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건설업계와의 논의가 없다면 정부의 이번 정책은 자칫 공포감 조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정부는 부과된 과징금을 산업재해 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징금을 내는 건설사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이다. 특히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과징금 규모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 사고 발생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건설사 등록말소 조치까지 가능토록 하는 규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 특성상 산재예방에 재투자되는 과장금 대부분은 문 닫는 건설사가 차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전문가 논의,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과징금 부과 대상·금액·절차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업계의 공포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건설업계에 지나친 제재안을 들고 채찍질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재안을 마련하는 것과 별개로 건설업계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모습도 기대해 본다.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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