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평창·김포·인천·태백·예천 등 전국 확산
오세훈 "학생들 인생에 희망의 불빛 켜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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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졸업 후 금융회사에서 2년간 일했던 이은지씨(21)는 대학 진학을 결심하며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나 혼자 세운 공부 계획은 번번이 무너졌고, 돌아온 건 국어 성적 6등급이라는 냉혹한 성적표였다. 이씨는 "공부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고, 통제받는 틀이 사라지니 스스로 계획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변화의 출발점은 서울시의 교육복지 플랫폼 '서울런'이었다. 지난 3월부터 서울런을 이용한 그는 불과 몇 달 만에 국어 성적을 2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이씨는 "국어가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재미있고 자신 있는 과목"이라며 "금전적인 부담이 줄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멘토링과 진학 상담을 받으면서 목표도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8월 교육 격차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이 올해로 4주년을 맞았다.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유명 사설 온라인 강의와 1:1 멘토링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시는 물론 충청북도, 평창군, 김포시, 인천시, 태백시, 예천군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3만6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런을 수강한 응시자 1154명 중 782명이 대학에 합격했다.
이 같은 성과는 '서울런 멘토단'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멘토단은 회원들의 학습뿐 아니라 진로 고민 상담, 정서 지지까지 맡고 있다. 이씨는 "대학 입학만 생각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멘토의 지도로 수학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고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런은 의지만 있으면 교과 공부뿐 아니라 자격증이나 공무원 준비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저도 대학생 멘토로 서울런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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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멘토 강민서씨(25)는 "어떤 친구들은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럴 땐 먼저 말을 건네고 대화를 끌어내면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게 돕는다"며 "멘티들이 어려운 걸 스스로 해보려고 하고, 학업뿐 아니라 사회에 한 발짝 내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이 뿌듯하다"고 했다.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씨는 "참여 자격 재검증 서류 제출 기간이 6월 모의고사와 겹쳐 일주일 정도 서울런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학교 시험이나 모의고사가 없는 방학 기간에 자격 재검증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 1~2시간 그룹 멘토링을 진행하는데, 학생마다 학습 수준이 달라 그룹 멘토링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과목별 특성과 학생 수준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한다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내년부터는 재검증 기간에도 서울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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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서울런은 지난 4년간 출발선이 달라도 도착선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해 줬다"며 "서울런과 함께한, 또 앞으로 함께할 학생들의 인생에 희망의 불빛이 켜지길 기대하며, 서울을 넘어 전국의 학생들이 서울런을 통해 꿈을 찾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 길을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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