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여성 재정난 문제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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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여성인권단체 SIS 포럼은 산하기관인 무료 법률상담소 텔레니사에서 지난해 상담한 188명의 사례를 분석해 작성한 '2024 말레이시아 무슬림 부부의 이혼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소통 단절(33%)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가정폭력(26%), 남편의 경제적 부양 실패(22%) 등이 뒤를 이었다.
의사소통 문제의 사례로 부부 중 1명이 일상 대화를 거부하거나 모바일 메시지에 답하지 않는 상황이 관찰됐다.
가정폭력은 2016~2022년 매해 1위 또는 2위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 SIS 포럼이 발표한 2023년 보고서에서는 20%를 차지하며 이혼 사유 1위로 지목됐다.
텔레니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은 총 75건이다. 이 가운데 28건이 실제 이혼으로 이어졌다. 폭력의 유형으로는 정신적 폭력(26건)이 가장 많았고, 신체적·성적 폭력 등이 뒤를 이었다.
노르 리아나 알리 변호사는 "이슬람 사회에서 이혼은 여전히 금기시돼 많은 무슬림 여성들이 가족으로부터 참으라는 말을 들어왔다"며 "참는 것 대신 경제적 자립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운전·장보기·취업 등 일상적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SIS 포럼은 혼인 관계에서의 권리, 폭력의 유형과 영향 등에 대한 대중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 쉼터·심리 상담·긴급 재정 지원 등 지원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지역사회가 가정폭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며 이혼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운영되는 말레이시아 샤리아 사법부에 따르면 2015~2019년 전국의 샤리아 법원에서 처리된 사건 총 30만6454건 중 약 73%가 이혼 사건이며 그 중 약 90%는 아내가 원고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SIS 포럼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 '겉치레를 넘어서: 말레이시아 무슬림 여성의 재정 권리를 위한 개혁 필요성'에 따르면 수도권(셀랑고르, 쿠알라룸푸르)의 저소득층 무슬림 여성 1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혼 후 재산 분할 권리를 보장받은 여성은 12.9%, 부양비를 실제로 받은 여성은 5.6%에 불과했다.
SIS 포럼은 "법원이 재정 지원 명령을 내려도 남편들이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자녀 양육비 전담 기관 설립과 법적 집행력 강화, 여성과 자녀를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