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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A씨가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1991년 입사한 국정원 직원으로, 2021년 승진 이후 2023년 12월 두 건의 부정 인사 청탁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국정원은 A씨가 전직 의원을 통해 전 국정원장에게 본인의 승진을 청탁했다고 봤다. 평소 전 국정원장과 친분이 깊던 전직 의원에게 연락해 승진을 조력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 근거로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전직 의원이 전 원장에게 문자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 이를 중단할 것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점과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온 점을 들었다.
또 국정원은 A씨가 전직 기업 부사장에게 동향 후배 직원의 승진을 알선·청탁했다고도 판단했다. 승진 인사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기 전 부사장이 A씨에게 "전 국정원장을 잘 아는 사람과 식사 중이다"라며 청탁을 제의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를 추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사 청탁에 대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 사례에 대해 "인사 청탁의 시점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연락이 인사 청탁을 이유로 이뤄졌다고 분명하게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사례에 대해서는 "부정청탁 권유를 상대방의 심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완곡히 우회적으로 거절했고, 단순히 오랜 기간 승진 문제로 고생한 후배를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막연한 당부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징계사유와 관한 구체적 조사나 사실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국정원장 교체 직후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에 작성된 문건 일부 기재만을 기초로 A씨에 대한 2차례의 진술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만을 갖고 징계 처분했다"며 "불충분하고 단편적 근거에만 의존해 단정한 징계 처분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