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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긴박했던 한미 무역합의, ‘벼락치기’ 준비와 향후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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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8. 05. 06:01

한미 무역협상 타결 설명, 주미대사관 브리핑장, 팽팽한 긴장감
한국. '진정성'과 '벼락치기'지만 철저한 준비로 합의 도출
'광우병 사태 시위 사진, 농축산물 개방 거부 협상에 도움' 평가에 의구심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7월 30일(현지시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정부 협상 대표단이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한 특파원 브리핑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도는 다르지만, 그 분위기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때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구 부총리는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협상을 타결한 과정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협상 준비 과정은 말 그대로 '벼락치기'에 가까웠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본부장을 지냈지만, 퇴임 후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으로 활동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략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고, 미국 조야의 조언을 구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한미 무역협상
여 본부장은 애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6월 18일 진행한 한·미·일 3자 협력 간담회 토론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본부장 지명 직후 급거 귀국했다. 그는 취임 직후인 6월 22일 방미해 1주일 동안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백악관·의회 인사,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이후 7월 2일 그리어 대표와의 협상을 위해 뉴욕을 거쳐 다시 워싱턴 D.C.로 돌아왔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워싱턴 D.C.·뉴욕·스코틀랜드를 오가며 최종 협상을 진행했다.

구 부총리는 이러한 '진정성'이 러트닉 장관을 감동시켰으며, 그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예상보다 빠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협상의 속도와 결과가 그 진정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한미무역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테이블 우측 가운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구 부총리 우측)·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좌측) 등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이 7월 30일 백악관에서 한·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타이블 좌측 오른쪽 두번째)이 8월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이번 협상 타결은 끈기뿐 아니라 철저한 사전 준비의 성과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과 이를 상징하는 모자 제작, 미·일 무역합의 및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분석, 한·미 경제 규모 및 최근 10년간의 대미 무역흑자 비교, 트럼프 대통령과의 '모의 면담' 실시 등이 합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 본부장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서울 광화문에 100만명 이상이 모인 사진을 준비해 농축산물 개방 이슈가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 게 협상에 도움이 됐다는 김 장관의 평가에는 의문이 든다.

광우병 시위가 가짜뉴스와 좌파 단체들의 반미 선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했고, 그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정부가 "농업은 국가의 근간"이라며 미국산 쌀의 전면 개방을 거부하자 일본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30~35%로 대폭 올릴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을 보면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국투자 수익의 90%가 미국에 귀속된다는 합의를 놓고 한·미 간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도 앞으로 쟁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에 비해 유리했던 미국 시장 경쟁 조건이 동일해지는 등 이번 합의의 악영향에 관한 분석과 향후 구체적인 협상 준비가 절실한 때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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