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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현금·대출 삼중고”…경매시장에 부는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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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8. 07. 11:32

6·27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 경매시장도 직격탄
주담대 6억 한도·실거주 의무로 응찰 수요 급감
서울 강남권도 유찰 속출…지분 매물은 ‘거래 절벽’
“현금 부자 외엔 진입 어려워…시장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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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최근 들어 아파트와 토지 등 부동산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에 고금리·고물가 장기화가 겹친 데다, 정부의 6·27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경매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번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6억원 초과 대출이 불가능해졌고,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에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등 부담이 커졌다. 특히 권리관계나 지분 문제가 얽힌 매물의 경우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수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이들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경매시장 '한파'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약 한 달 사이 경매시장 참여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5년 6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013건으로 전월(2902건) 대비 약 4% 증가했다. 한때 2000건대로 떨어졌던 경매 건수가 3개월 만에 3000건을 회복한 모습이다.

그러나 7월들어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39.9%로 6월(42.7%)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3.4%로 6월의 46.5%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대출 한도 축소에 따라 낙찰가율의 상승세가 꺾이며, 경매를 통해 새 집주인을 찾는 낙찰 비율도 그만큼 줄고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는 유찰 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각 물건은 13건으로 이 중 9건이 유찰됐다. '부동산 일번지'로 불리는 강남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건축면적 40.76㎡ 아파트는 낙찰자를 찾지 못해 1회 유찰됐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 직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아파트 매각 물건 17건 전부가 낙찰됐다.

업계는 이번 6·27 대출 규제가 경매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특히 경매 낙찰자에게 적용되는 경락잔금대출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된 점이 수요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는 실거주 요건이 부과됐지만, 매각 물건은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아 예외로 분류됐다. 실거주 요건 없이도 취득이 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경매도 예외가 사라졌다. 수도권 및 규제 지역에서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주담대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6개월 이내 전입해 실거주해야 한다. 경락잔금대출도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경매는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이번 조치로 사실상 그 길이 막혔다"며 "실거주자 중심으로 응찰이 진행되더라도, 대출 한도 외 현금을 마련할 수 없는 이들이 많아 낙찰 경쟁은 한층 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권리관계가 복잡한 지분 경매 매물은 더욱 외면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건축면적 142㎡)는 지분매각과 공유자 우선매수권 제한 등이 얽혀 두 차례 유찰됐다. 지분 경매의 경우 공유자 협의나 명도소송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한 만큼 매수 진입장벽이 더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규제를 기점으로 경매시장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규제 장기화 가능성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경매 전문가는 "30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층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부자가 상당 수"라며 "오히려 유찰이 반복되며 경쟁이 줄어든 틈을 타 서울 핵심 입지 물건을 저가에 낙찰받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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