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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채운 간호사는 외면…‘의사 중심’ 정부 대책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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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7. 31. 15:55

국시 추가·복귀 허용에 간호계 “현장 목소리 외면”
정원 확대에도 채용 줄어 ‘발령 대기’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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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가 의대생의 복귀와 국가시험(국시) 추가 시행을 확정하자 간호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채운 간호사와 간호대생은 외면하고, 의대생만 우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한간호협회는 31일 기자와 통화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만 복귀 기회를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의료 공백 당시 현장을 지킨 건 간호사였지만, 보상과 대책은 없었다. 이런 정책은 '의사 중심' 인식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의료 공백 속에서도 환자 곁을 지킨 것은 간호 인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복귀 허용·국시 추가·조기 졸업 등 의대생 중심의 대책만 내놨다. 간호 현장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간호계는 오래전부터 인력 구조 문제를 제기해 왔다. 간호대 정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실습기관 부족과 낮은 교육의 질, 취업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신규 간호사는 늘었지만 채용은 줄었고, 병원 입사는 더 어려워졌다.

서울의 한 간호대생은 "의대생은 집단휴학에도 복귀 기회를 받고, 국시까지 열어주는데 우리는 실습 문제를 호소해도 '인력이 남는다'는 말만 듣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현장의 어려움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는 간호 인력 정책은 뒷전"이라며 "간호대생은 언제나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사 파업 땐 환자 버리지 말라더니, 의대생은 이렇게 챙긴다", "아이들 상처를 보듬자면서 정작 간호대생 취업난은 왜 외면하나" 등의 글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의대생 약 8000명에게 2학기 복귀를 허용하고, 올해 말 국시를 추가로 치르기로 했다. 본과 3·4학년은 조기 졸업 후 인턴으로 투입된다. 일부 의대는 17주 수업을 6주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조기 졸업까지 허용한 의대생과 달리 간호 인력 정책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간호대 정원을 1000명 늘려 2만4883명으로 확대했지만, 신규 간호사 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수는 총 7만686명이었으나 이 중 실제 의료기관에 진입해 근무한 인력은 약 41%에 불과했다.

즉 약 60%는 병원에 취업하지 못하거나 임상을 떠난 '탈임상' 상태다.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채용은 2024년 3604명에서 올해 1405명으로 전년 대비 약 61% 감소했다. 의정 갈등과 병상 감축 영향으로 병원 채용이 축소되면서 면허를 따고도 '발령 대기'에 머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오랜 대기 끝에 채용이 취소되기도 하고, 생계 문제로 다른 직종을 찾거나 해외로 이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원 확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계는 △1인당 적정 환자 수 법제화 △PA(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취업난 완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간호사는 "간호사 양적 확대에만 집중한 인력 정책에서 벗어나, 신규 간호 인력이 안정적으로 의료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시장 구조의 안정성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의료 인력 정책의 균형을 강조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생에게 국시 기회를 주는 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간호 인력을 외면한 정책은 또 다른 공백을 만들 수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를 함께 고려한 통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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