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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낡은 고가와의 결별, 서소문고가와 안전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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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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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효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
도시의 기반시설은 시대의 요구와 기술 수준에 따라 설계되고 건설되며, 일정 시간이 흐르면 구조적 수명과 사회적 기능을 함께 재평가받게 된다. 1966년 준공된 서울 서소문고가차도는 당시 급격히 증가하던 도심 교통량을 분산하고 산업화된 수도권의 물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건설돼 지난 59년간 서울 도심의 핵심 교통 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제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서소문고가차도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재료 성능 저하와 사용 환경의 변화, 반복 하중에 의한 피로 누적 등이 원인이 돼 주요 부재에서 구조적 단면 손실을 동반한 부식이 확인됐고, 보강재의 열화와 접합부의 피로균열 가능성도 함께 드러났다. 2019년에는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정밀안전진단에서는 D등급 판정이 내려졌고 이후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보수공사가 진행돼 왔지만, 더 이상 유지보수만으로는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구조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면 철거 후 개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 시뮬레이션,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검토 절차를 병행 중이다. 다만, 서소문고가차도가 위치한 도심 일대는 지상 기차 건널목과 복잡한 도로망이 중첩된 곳으로, 철거와 개축 과정에 따른 교통 혼잡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공사를 지연시킬 합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해외 도시 사례는 이러한 판단이 결코 지역적인 특수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오사카시의 한신고속도로 3호 고베선은 1960년대에 건설되어 수십 년간 도시고속도로의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1995년 고베대지진으로 일부 구간이 전도되며 부족한 내진 성능이 드러났고, 결국 해당 구간을 철거하고 내진 설계를 반영한 구조물로 재시공했다.

미국 보스턴의 사례도 유사하다. 1950년대에 건설된 I-93 고가도로는 구조물의 지속적인 열화와 노후화, 그리고 심화된 교통 혼잡으로 인해 유지 관리에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고가도로를 철거한 후 지하 고속도로로 대체하는 '빅딕(Big Dig)'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약 15년에 걸친 공사 기간 동안 일시적 교통 불편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도심의 교통 효율성을 높이고, 도시 환경 개선, 구조 안전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시적인 불편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이미 실행해 왔음을 보여준다. 서소문고가차도 역시 철거 여부를 논의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안전한 철거와 개축을 통해 도시의 기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사 중 대체 교통수단 확보와 새롭게 변화할 도시 경관에 대한 재조성 방안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서소문고가차도의 문제는 단순히 노후된 구조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하나의 행정 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서울이라는 초대형 도시가 인프라의 수명과 구조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미래 지향적 도시 환경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정책적 전환점이다. 이제 이 사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한 구조적 필연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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