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히 복지시설 찾아 중증장애인 머리깎는 이발사
'사랑의 꿀벌'동아리 결성해 헌혈증서 기증 운동
독도경비대원 자원, 2년간 가족함께 울릉도 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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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경찰관 배강우 씨(52·남대문경찰서 태평로파출소 근무)는 겉으로만 보면 평범한 동네 아저씨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예사롭지 않다. 파출소 경찰관으로, 헌혈로, 기부로, 중증장애인 이발사로, 독도경비대원으로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아 왔다.
내용이 풍성한 그의 삶은 지난 11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 유공 명예장'을 수상하면서 외부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 부터 우연한 기회에 헌혈을 시작한 배씨는 29년만에 헌혈 100회를 달성했다. 세월에 비해 헌혈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겸연쩍어 하는 그는 "가까운 지인 가족이 소아암을 투병을 하며 피가 부족하다고 사실을 접하고 헌혈을 시작했다"고 했다. 군 생활 8년을 주로 전방에서 근무해 헌혈할 기회가 비교적 적었다는 것이다.
그는 더불어 헌혈 한 번 할때마다 1만원씩 십시일반 한 돈 100만원을 이날 행사에서 기부했다. 금쪽같은 돈이다.
배씨는 이러한 활동을 혼자만하기 아쉬워 네이버 밴드로 동료들을 규합했다. '사랑의 꿀벌 헌혈 동아리'를 결성, 동료 경찰관 70여명과 함께 헌혈 캠페인과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했던 2020년 혈액수급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동아리를 생각했다"며 "동료들이 헌혈 사진을 밴드에 올리면 다른 회원들도 자극받아 자연스럽게 헌혈에 동참해요"라며 웃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매년 6월과 10월 대한적십자사와 마포에 있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헌혈증서를 기증해왔는데 대략 1100여장 정도가 된다고 했다.
배씨는 바쁜 업무 중 틈틈히 이발봉사에 나서는 이발사이기도 하다. 봉사활동이지만 전문기술을 뽐내고 싶어 2019년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은평지역의 구세군 사회복지시설에서 처음엔 노숙인들의 머리를 주로 깎았다. 하지만 함께 기거하는 중증장애인들의 헝클어진 머리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누워있거나 휠체어를 타고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머리를 깎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1000시간에 가까운 자원봉사 공로가 알려지면서 그는 지난 2022년 경찰청 선정 '봉사왕 경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경찰관으로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2015년 부터 2017년 까지 2년여 기간을 독도경비대원으로 근무했는데 본인이 자원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전방에서 군생활하며 주특기가 경계임무인데 독도경비를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울릉도까지 따라와 같이 2년을 살아준 아내와 초등생 아들·딸이 너무 고맙다. 이 기간은 내 인생에 있어 잊지못할 최고의 황금기"라고 했다.
"사람은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배씨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헌혈과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이웃에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