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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K-뷰티 판 흔들었다…여심 저격 80년대생 트로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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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7. 16. 17:46

에이피알·달바·구다이 CEO들
미스트·선크림 등 기초제품 돌풍
전통 대기업 중심 뷰티업계 재편
SNS 입소문 등 해외서 흥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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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 김병훈, 달바글로벌 반성연, 구다이글로벌 천주혁 대표가 K-뷰티의 선봉장 자리에 올라섰다. 세 대표 모두 1980년대생 젊은 피로, 창업 10년 만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굳건히 지키고 있던 뷰티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기업 공개(IPO)와 인수 합병(M&A)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모두 최근 3년간 두 자릿 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에이피알은 16.97%, 달바글로벌은 19.35%, 구다이글로벌은 39.45%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한 자릿 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는 2014년 창업한 '에이프릴스킨'으로 뷰티 시장에 발을 들인 후 10년 만인 지난해 2월 상장까지 성공했다. 당시 1조896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6일 종가 기준 6조5512억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약 3.5배나 커졌다. 업계 시총 2위이던 LG생활건강도 앞질렀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 초기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제품력을 결합한 판단이 정확했다. 특히 메디큐브의 홈케어 디바이스 '에이지알'이 사업의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뷰티 시장 속 출시된 디바이스들은 에이피알의 고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 기준 누적 판매량만 400만대다. 김 대표는 직접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SNS에 시연 영상을 올릴 만큼 제품에 진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성연 대표가 이끄는 달바글로벌도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상장 직후 8002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6일 기준 2조5654억원으로 두 달 만에 약 3.3배나 뛰었다.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0년 47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2008억원, 2024년엔 3091억원을 기록했다.

반 대표는 이례적인 '개발자 출신' 창업자다. 2004년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 기획을 담당, 이후 컨설팅 업체로 자리를 옮겨 뷰티 기업의 중국 사업 공략 등을 담당했다. 반 대표는 이 경험이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한다. 창업 당시이던 2016년은 K-뷰티 로드숍 브랜드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로 반 대표는 "감성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이 되겠다"는 판단 아래 시장 포화 속 틈새를 공략했다.

이 전략의 대표 사례가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이다. '승무원 미스트'로 불리는 이 제품은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원료로 사용하며 기능성과 이미지 모두를 잡았다.

최근에는 홈 디바이스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제품들이 사용 시간이 길어 번거롭다는 소비자 의견에 달바는 사용 시간을 2분으로 줄인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창업 초기 틈새를 공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귀찮음을 줄인 '간편함'으로 또 다른 차별화에 나섰다.

아직 IPO에 나서지 않은 '숨은 공룡'도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천주혁 대표다. 업계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의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평가하며 내년 말쯤 IPO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천주혁 대표가 이끄는 구다이글로벌은 M&A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9년 '조선미녀' 인수를 시작으로, 2024년 한 해에만 티르티르·라카·스킨1004 등 3개 브랜드를 추가로 품었다. 그 결과 매출은 2023년 1396억원에서 2024년 3308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도 '독도토너'로 유명한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천 대표의 사업 기반에는 '중국'이 있다. 2016년, 중국 보따리상들이 한국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는 모습을 목격한 천 대표는 중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 화장품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 가능성을 체감한 뒤 브랜드 인수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후 구다이글로벌을 통해 K-뷰티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 시장은 미국이다. 초창기엔 미국 내 중국인을 겨냥했지만, 실제 성장은 미국 소비자들 사이 입소문에서 시작됐다. 외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한방 화장품이란 독특한 콘셉트와 중저가 가격이 현지인 공략에 주효했다. 대표제품인 맑은쌀 선크림은 2023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구다이글로벌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다.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신성장 전략팀 역시 아시아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이커머스 내 K-뷰티 판매액 중 스킨케어 비중은 8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 기업 모두 기초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은 이 시장에서의 공통된 기회이자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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