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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퇴비, 자원이 될 것인가 오염원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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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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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퇴비는 본래 가축분뇨를 정성껏 부숙시켜 만든 유기질 비료로, 토양을 살리고 작물의 생장을 돕는 농업의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보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연을 돕는 자원이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이러한 위험은 점점 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날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요 수계 인근에서 확인된 야적퇴비 건수는 약 1500건으로 전년 대비 약 60%를 더 발견됐다.

이 중 약 27%가 공유지에 무단으로 야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야적퇴비 관리가 미흡해 하천으로 영양분이 유입될 경우 여름철 녹조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녹조는 물고기와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심할 경우 하천에서 냄새와 색깔 이상을 유발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녹조 발생이 잦아지면서 수질 안정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다. 매년 환경부는 주요 수계와 녹조 다량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야적퇴비의 공공수역 유입을 방지하고자 장마철 이전에야적퇴비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야적퇴비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 해결은 복잡한 절차나 대단한 설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장마철이 오기 전, 퇴비 더미에 방수포나 비닐 덮개를 씌우고, 하천에서 떨어진 평탄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침출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축산환경관리원이 적극적으로 가축분뇨의 효율적 자원화를 위해서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서 농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지원과 협력 덕분에 농가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퇴비 관리와 관련된 정보를 주변 농가와 공유하거나, 마을 단위로 관리 요령을 함께 익히는 모습이 점차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숙되지 않은 퇴비는 사용을 자제하고 부숙된 퇴비만을 살포하는 일이다.

부숙이 덜 된 퇴비는 작물 생육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악취를 유발하고 해충을 증가시켜 주변 농가나 지역사회에도 불편을 줄 수 있다.

지역사회와 행정기관의 협력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농가와 지자체가 함께 현장 점검을 실시하거나, 퇴비 관리 교육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농가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환경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퇴비 관리 문제는 결코 일부 농가의 실수로 돌릴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의 농업은 지역 공동체와 환경, 나아가 국민의 삶의 안전까지 포괄하는 공공성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와 다문화 가족의 유입 등 농촌의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퇴비 관리와 같은 환경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농가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퇴비 관리와 관련된 정보를 주변 농가와 공유하거나 마을 단위로 관리 요령을 함께 익히는 모습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농촌 공동체가 환경과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퇴비는 자원이 될 수도,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쌓아둔 퇴비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를 한 번쯤 돌아보는 일. 그 단순한 점검만으로도 우리는 깨끗한 하천, 건강한 농촌, 안전한 식수원을 지키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농촌의 변화는 거창한 정책이나 거대한 투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퇴비에 덮개를 씌우고, 하천과 멀리 떨어진 곳에 보관하며, 부숙된 뒤 살포하는 일처럼 아주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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