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송국건이 현장정치] 李정부 국정운영에 드리운 ‘재판 리스크’ 먹구름 걷힐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0801000446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7. 08. 17:47

2025062401002007900121661
객원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 중 4개는 각 법원의 '추후 지정' 결정으로 무기 연기된 상태다. 오는 22일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된 대북송금 사건도 같은 길을 갈 게 확실하다. 추후 지정된 법인카드 유용 사건과 재판부가 같은 까닭이다. 이 경우 임기 중 모든 재판의 속개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다만 유념할 게 있다. 각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명' 재판 날짜를 추후 다시 지정한다고 했다. 임기 5년 동안 중단한다는 선언은 아니었다. 상황변화가 생기면 언제든 재판을 속개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재판부가 '피고인 대통령' 재판도 계속 열려야 한다는 법조계 일부의 지적을 받아들여 '추후 지정'을 고육책으로 선택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우선 짐작해 볼 수 있는 상황변화는 검찰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고하는 절차다. 이를 대법원이 수용하면 재판이 속개된다. 물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심리 날짜 추후 지정은 재판부의 소송지휘권에 해당하므로 항고 대상이 안 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더구나 최근 수뇌부가 바뀐 검찰이 총대를 멜지도 의문이다.

헌법 84조(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규정이 재판 중인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올 수도 있다. 임기 중 이런 결정이 나오면 이재명 정부는 큰 위기를 맞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만큼 초단기간에 자격 박탈 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헌재 구성이 진보 성향으로 바뀌고 있어 이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판이 전격 재개될 또 하나 경우의 수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 인적 구성이 바뀌면서 강단 있는 판사가 나타나 재판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대법원이 5개 재판부에 재판 진행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라고 지침을 준 만큼 판사가 바뀌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판사들이 한 재판부에 있는 기간이 통상 2~3년 정도 되고 이미 이를 채운 곳도 있으므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재판 속개 여부는 어느 경로를 통하든 여론, 즉 민심이 좌우한다. 민심을 재는 척도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가 작용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이 이 대통령을 떠나면 검찰, 법원, 헌재가 나서서 재판 속개를 결정할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지지율을 이어가는 상황에선 재판 속개는 어려워진다.

이를 잘 아는 이 대통령은 다양한 장치를 하고 있다. 초기 인사를 하면서 정부 운영에 필요하면서도 재판 리스크 방어에 도움이 될 인물을 속속 배치했다. 친명 7인회 좌장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대북송금 사건을 변론한 김희수 변호사를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사건 변호인들을 민정수석실에 대거 배치했다.

정 의원은 법무부 장관 지명 사흘 전 한 강연에서 이 대통령 사건들에 대한 공소 취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들이 아예 공소를 취소하도록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된다는 얘기인데, 사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려면 법률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됐거나 강력 사건에서 진범이 따로 잡혔을 경우 등이다. 대통령이 됐다고 공소를 취소하는 건 위헌 요소가 있고,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추진할지 알 수 없으나 애초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윤호중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가고 공소 취소 화두를 던진 정 의원이 발탁됐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국정원의 핵심 보직에 오른 김희수 실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감사관으로 활동했으며 대장동, 위증교사,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은 수사와 재판 초기부터 국정원의 내부 정보 또는 첩보 내용이 많이 거론됐다. 최근엔 이 사건과 간접적으로 연결된 배상윤 전 KH그룹 회장이 해외 도피 3년 만에 8월경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공범 격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재심, 또는 특검 수사를 요구 중이다.

재판이 중단된 여러 사건 중 대북송금은 가장 민감하다.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자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이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미국과 유엔의 기피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하면서 그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국정원 1급 비밀에도 접근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됐다.

이 대통령의 여러 재판에 직접 참여한 변호인들이 민정수석실에 속속 포진한 인사도 이채롭다.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형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 조상호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그들이다. 민정수석실의 기능이 사법체제와 밀접한 만큼 대통령 변호인들의 대거 입성이 사법 리스크와 전혀 무관하다고 믿기는 어렵다.

한때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된 이승엽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대통령의 거의 모든 재판의 변호인이었다. 헌법 84조 해석, 재판중단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등은 나중에 헌재 심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해 이 변호사를 헌재에 꽂으려 했으나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으로 접었다는 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변호사였던 박균택·김기표·김동아·양부남·이건태 의원에게 공천을 줘서 국회에 포진시켰다. "이재명 정부에선 지연·학연 위에 법연(法緣)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왜 '법연'을 따져서 인사를 할까. 그 해답은 변호인들이 포진한 자리의 성격을 파악하면 금방 나온다. 임기 5년 동안 재판 완전 중단, 또는 사건들을 아예 없애버리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됐다. 국정에 필요한 다른 업무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 사법 위기 방어와 국정 보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인물을 겸사겸사 골랐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들을 포함한 참모진을 데리고 국민이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면 국정에 드리운 재판 리스크 먹구름은 걷힌다. 반대로 임기 중 실책이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면 먹구름이 폭풍우로 변한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