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유대인 폭탄테러 사주 및 실행 혐의
|
피고인은 사건 배후로 지목된 전 이란 외교장관과 전 혁명수비대장, 전 아르헨티나 주재 이란 대사 등 이란 정부 고위관계자 출신 8명 그리고 테러를 실행한 혐의를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 2명 등 총 10명이다. 이들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받는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26일(현지시간) 유대인 교민회 격인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상호협회(AMIA) 건물 폭탄 테러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의 요청을 수용해 테러를 사주 및 실행한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용의자 10명에 대한 궐석재판을 승인했다.
지난 3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학살과 테러, 반인류 범죄 등에 대한 궐석재판이 신설된 후 새 법에 따라 열리는 첫 궐석재판 사례다.
사건을 심리한 연방법원 재판부는 "인터폴 적색수배, 행정명령에 의한 송달, 소환장 발부, 사건의 국제적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궐석재판을 열기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인다"며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궐석재판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최소한 사건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피해자 대리인에게 사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문제의 폭탄테러사건은 1994년 7월 1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상호협회 건물 앞에 정차한 폭탄차량이 폭발하면서 건물이 무너졌고 85명 사망, 300명 부상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상자 규모로 보면 남미에서 발생한 테러 중 최대 피해를 남긴 사건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용의자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사법적·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그간 이란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협력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법원의 궐석재판 승인을 환영했다. 마리아노 쿠네오 리바로나 법무부 장관은 "궐석재판을 신설한 덕분에 아르헨티나가 이제야 유대인 폭탄 공격을 자행한 테러리스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게 됐다"며 "이미 30년 넘는 세월이 흘러 늦은 감이 있지만 진실 규명의 기회가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1992년 3월 17일에는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유사한 테러가 발생했다. 다량의 폭발물을 적재한 차량이 폭발하면서 22명이 사망했고 242명이 부상했다.
수사를 진행한 아르헨티나는 이 사건 역시 이란이 사주하고 헤즈볼라가 집행한 것이라고 결론을 냈지만 이란은 아직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