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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 부흥 이끄는 한화…뒤에서 ‘함박웃음’ 짓는 대형 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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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6. 26. 16:53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방산 전시마케팅 시장 본격 진입
중소 전시기획사들 "우리가 키운 시장 뺏겼다"
한화
제일기획이 한화 IDEX 전시 수주를 따내고 낸 축하 메시지./독자 제공
글로벌 안보 위기와 함께 국내 방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관련 전시마케팅 시장도 빠르게 팽창 중이다. 특히 한화 등 방산업 대표 주자들이 국제·국내 방산 박람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관련 전시시장을 대형 광고대행사들이 참여하면서, 긴 시간 방산업계와 함께 해 온 중소 전시기획사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면도 존재한다. 이런 대목은 이재명 정부의 벤처·중소기업 지원책과 상반된 그림이기도 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올해 초 IDEX(중동 국제 방산전시회)를 비롯해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10월 열릴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도 전시 규모를 키울 계획으로, 이에 따라 전시 기획을 맡는 대행사 업체들간 수주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간 방산업 관련 전시는 규모가 비교적 작아 대형 광고회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제일기획, 이노션 등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들은 민수 브랜드 중심의 캠페인에 주로 집중하면서 방산 전시 분야는 사실상 중소 대행사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화그룹이 방산 마케팅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올해 2월 열린 IDEX 2025에서는 제일기획이 한화 부스를 전면 기획·연출하며 방산 전시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후 제일기획은 한화의 주요 방산 행사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으며, 연초에는 '방산 전시 경쟁 PT 승리'라는 디지털 게시까지 사옥에 내걸 정도로 내부 기대감도 높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 역시 최근 LIG넥스원의 창립 50주년 기념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등 방산 마케팅 시장으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 전시기획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10~20여 년간 국내 방산업계와 함께 박람회 전시를 기획하고, 시장을 일궈온 주체들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광고사들이 진입하자 수주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중소 전시업체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대기업 광고사들이 방산 전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가 묵묵히 이 시장을 지켜왔고 키워왔는데, 이제 와서 과실만 따가는 것 같다"며 "방위산업 성장의 혜택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만은 단순한 경쟁 구도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방산 전시회는 정부 보조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성격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형 광고대행사가 참여해 사실상 입찰을 독식하는 구조가 되면, 중소 기획사에 돌아가는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 방산업체의 전시 참여는 사업 제비율(사업비 대비 일정 비율) 보전 방식으로 지원되고, 중소 방산업체는 실비 보전 방식으로 차등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시 마케팅을 수행하는 중소 대행사에 대한 보호 장치는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전시 마케팅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기업 계열사가 단가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로 밀어붙이면, 중소사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방산 박람회처럼 일부 공공재 성격을 띠는 행사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 기획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주요 방산 전시회가 더욱 빈번히 열릴 예정된 가운데, 대형 기획사들의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관계자는 "방산 성장의 그늘에서 중소 기획사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 차원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진입제한 조치, 역량 중심 평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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