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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상반기 영화 7대뉴스](上)양과 질 모두 후퇴한 韓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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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6. 29. 09:35

봉준호와 마동석, 톰 크루즈도 이름값 구길 만큼 불황 극심
칸 공식·비공식 부문에 모두 초대받지 못해…26년만에 처음
유아인 없는 '유아인 영화',韓 영화 흥행 4·5위에 올라 눈길
봉준호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오른쪽)과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손잡은 '미키 17'도 올 상반기 한국 극장가를 뒤덮은 불황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1월 내한한 패틴슨이 봉 감독과 함께 한 모습./연합뉴스
2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전날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4196만234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6292만명)보다 33% 가량 감소한 수치로, 코로나19가 휩쓸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04년 이후 21년만에 연간 관객수 1억명 시대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다. 이 같은 불황에 설상가상으로 질적 후퇴까지 더해진 한국 영화계는 칸 국제영화제 공식·비공식 부문에 단 한 편의 장편 영화도 초청받지 못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 강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올 상반기 영화계를 2회에 걸쳐 7개의 뉴스로 정리해본다.

톰 크루즈 마동석
할리우드와 한국을 각각 대표하는 흥행 보증수표 톰 크루즈(왼쪽)와 마동석의 신작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연합뉴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름값? 이젠 안 통한다! = 지난 2월에 개봉한 '미키 17'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 이어 내놓은 차기작이란 점에서, 웬만한 한국 영화 이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국내에서는 301만명을 불러모아 그럭저럭 체면치레를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 극장가에서는 약 4604만 달러(약 626억원)를 벌어들이는데 그쳐 3억 달러(약 4385억원)에 이르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범죄도시' 2~4편으로 내리 트리플 1000만 신화를 작성했던 액션 스타 마동석의 부진은 살짝 충격적이다. 주연과 제작을 겸한 오컬트 액션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5월 극장가를 노렸으나 77만명에 머물러, '흥행 보증수표'란 별명이 무색해졌다.

그런가 하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8편에 해당되는 '…파이널 레코닝'도 기대에 못 미쳤다. 주연이자 제작자인 톰 크루즈가 목숨을 건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12번째 한국을 찾아 특유의 '살인 미소'를 수없아 날렸지만 지난달 17일 개봉 이후 24일까지의 누적 관객수는 약 332만명에 머물고 있다. 앞서 7편 '…데드 레코닝 파트 원(PART ONE)'이 약 402만명, 6편 '…폴아웃'이 약 658만명을 각각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흥행 성적이다.

허가영 감독
한국 영화는 지난 5월에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비공식 부문에 단 한 편의 장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이 와중에 허가영 감독(오른쪽 두 번째)의 단편 '첫여름'이 전 세계 영화학도들의 중·단편을 소개하는 경쟁 섹션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아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제공=칸 국제영화제
▲수상은 고사하고 초대장도 받지 못했다 = 지난 5월에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는 지금 한국 영화계의 어두운 현 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올해 한국 영화는 칸 공식·비공식 부문에 단 한 편의 장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 장편 영화가 이처럼 칸의 전 섹션에서 단 한 편도 상영되지 않기는 1999년 이후 26년만이다.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이 전 세계 영화학도들의 중·단편을 소개하는 경쟁 섹션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으나, 열패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일본은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히야카와 치에 감독의 '르누아르' 등 7편의 장·단편이 전 부문에 고루 초대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재능 있는 감독들을 내주고, '포스트 박찬욱·봉준호'에 대비하지 못한 한국 영화계로서는 매우 뼈 아픈 대목이다.

▲유아인 없는 유아인 영화의 선전 = 올 상반기 한국 영화 흥행 4·5위에 차례로 자리한 '승부'와 '하이파이브'는 촬영 종료부터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창고 영화'란 점 말고도 또 다른 공통 분모가 있다. 주요 출연진 가운데 한 명으로 마약류를 투약해 물의를 빚은 배우 유아인이 포스터와 예고편, 인터뷰 등 모든 홍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럼에도 '승부'와 '하이파이브'는 각각 214만명과 176만명(24일 기준)이 관람해 관객 기근으로 신음하는 극장가에 단비를 내렸다

한편 '승부'의 김형주 감독과 '하이파이브'의 강형철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영화의 뒤늦은 공개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유아인의 범법 행위에 대해 일제히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촬영하는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출연 분량은 거의 편집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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