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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산은] “느리지만 천천히”…용산 청파동에 핀 꿈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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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5. 06. 20. 15:41

용산구,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느루아트' 20일 개소
민선 8기, 3년만에 결실…1억 투입 조성
부-2025-06-20-느루아트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개소식(청파동73길42 느루아트)_nc1_5537
20일 열린 '느루아트'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개소식에서 발달장애 청년작가들과 이창석 부구청장(가운데)이 개관 커팅식을 하고 있다./용산구
서울 용산구가 발달장애인 청년 작가들을 위한 전용 미술작업실 '느루아트'를 열었다. 민선 8기 동안 준비한 끝에 3년 만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활동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청파동에 위치한 느루아트 개소식이 열린 20일, 발달장애인 작가 20여 명이 자신들의 작품이 전시된 것을 흐뭇해하며 개관 커팅식에 참여했다.

느루아트 조성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에서 시작됐다. 발달장애인들은 몸은 어른이지만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의 지연과 이상을 겪어 부모들이 24시간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나 예술공간 마련을 요구해왔다.

특히 2024년 1월 박 구청장과 발달장애인 작가와의 면담에서 "교회 내 일부를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공용공간으로 장소가 협소하고 시간적 제약이 있어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전용 작업공간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에 구는 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 착수했지만, 공간이 부족한 지역 특성상 장애인들의 접근성과 시설 편의성을 고려한 장소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검토한 해방촌 앵커시설은 발달장애 작가만을 위한 근거 법령 부족과 건물 활용의 비효율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거점시설인 '감나무집'(청파로73길 42)을 선정했다. 수년간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던 지상 1층~2층, 연면적 146.32㎡ 규모의 이 시설은 청년작가 거주 지역과 인접하고 공간도 적정해 해당 단체에서도 적극 요청했다. 구는 서울시 도시정비과 및 재정비사업과와 협의를 거쳐 2024년 7월부터 2029년 6월까지 5년간 시설 사용 협약을 체결했다. 구는 총 1억 300만원을 투입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누르아트 조성 공사를 진행해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2024-01-09 면담-발달장애 청년예술가(구청장실)11
지난 2024년 1월 박희영 용산구청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과 면담하고, 용산구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용산구
◇ '느리지만 천천히'…"느림 속에서 아름답게 성장"
'느루아트'는 '한꺼번에 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차분히 나누어 하는 것'이라는 순우리말 '느루'에서 따온 것으로, 발달장애인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 의지를 담았다. 1층은 지역 주민 등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 공간으로 작은 미술관을 조성했고, 2층은 발달장애 청년 작가들의 미술 작업 공간으로 꾸몄다.

정정애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용산구지회장은 "이곳은 단지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 아닌 우리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의 터전"이라며 "우리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느림은 멈춤이 아니다. 이 느림 속에서 예술가들은 더 단단히 그리고 더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느루아트는 용산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위탁 운영하며, 발달장애인 미술 작품 활동과 정기 작품 전시회 개최 등을 진행한다. 작품의 수시 전시를 통해 발달장애 청년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향후 굿즈 및 판매 전시 판로도 마련할 계획이다.

구는 2023년 12월 구청 전시실에서 제1회 발달장애 청년 미술전 '한발 앞으로'를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발달장애인 화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해 장애인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해왔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이창석 부구청장은 "발달장애인분들이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만큼 모두에게 의미 깊은 첫걸음"이라며 "단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을 실천하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용산구는 장애인분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더욱 활발히 참여하고 자립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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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느루아트'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전경/용산구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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