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친이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시던 모습 떠올라 영화 보면서 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돌아보길 희망 10년간 기다려온 '시그널 2', 부담감 있지만 자신감 가득
이제훈 소주전쟁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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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극장에서 좋은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출연작인 '소주전쟁'에 대한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제공=쇼박스
배우 이제훈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영화 '소주전쟁'의 홍보를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때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추어탕 전문 식당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가 어느날부터인가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시더라"며 "장사가 안되면서 가세가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해 몇 년후 대학 등록금 문제를 꺼내니까 아버지께서 '대출을 알아보자'고 하셨다. '소주전쟁'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아버지가 오래 전 느꼈을 고충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회고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소주전쟁'은 IMF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류 회사 '진로'의 매각에 얽힌 뒷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감독과 제작사가 시나리오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여 감독이 패소해 '현장 연출'이란 직함으로 내려앉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제훈은 '소주전쟁' 속 '인범'을 연기하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그 중 IMF로 바뀐 우리 사회의 집단 사고, 즉 인생의 최대 목표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된 작금의 현실에 문제 의식이 커졌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의 이면을 직격한 '빅 쇼트' 등 돈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들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터라 출연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이 영화를 통해 위기를 겪고 난 다음 우리나라에 도덕적 해이가 더 팽배해졌다는 점을 우선 보여드리고 싶었고, 삶과 일에 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얘기도 들려드리려 했어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로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소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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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영화 '소주전쟁'에서 냉철하고 예민한 성격의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을 연기하기 위해 의상과 말투 등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고 밝혔다./제공=쇼박스
이처럼 치열했던 고민 과정 만큼이나 유해진과의 연기 호흡 역시 '소주전쟁'으로 얻은 큰 소득이다. 2000년대 이후 유해진 없는 한국 영화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감히 단언할 정도로 평소 유해진의 열혈팬이기에 함께 연기하면서 느낀 감정은 감격 그 자체였다. 우선 연기도 연기지만 후배 연기자들을 너무 편하게 대해주는 선배의 배려심에 매 순간 감동 받았다. 또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아재 개그'를 구사하는 모습에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만나 수다를 떨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작품에서 유해진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고 싶은 이유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이제훈이 동시에 준비중인 두 편의 드라마에 쏠리고 있다. '시그널 2'와 '모범택시' 세 번째 시즌이다. 그는 "10년만에 돌아오는 '시그널 2'와 국내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세 번째 시즌으로 접어든 '모범택시' 모두 엄청난 부담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한 뒤 "그럼에도 전편을 뛰어넘는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기대하셔도 좋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