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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전 친한파 23선 미 하원의원 랭글, 미 현충일에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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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5. 27. 07:07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 별세, 향년 94세
23선 46년 의정활동 대표적 흑인 정치인
한국전쟁 참전, 중공군 포탄에 부상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강력 반대
한국 관련 법안 다수 발의...코리아코커스 초대 의장
Obit Charles Rangel
찰스 랭글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2016년 6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이었던 찰스 랭글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미국의 현충일(메모리얼 데이)인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의 지역구였던 뉴욕시 북부 맨해튼과 브롱크스에 있는 뉴욕시립대는 이날 성명에서 랭글 전 의원이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1930년 6월 맨해튼의 할렘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0년 뉴욕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2017년 1월 은퇴할 때까지 23번 선출돼 46년간 의정 활동을 한 민주당의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이었다.

그는 1974년 흑인 최초로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이 됐고, 2007∼2010년 위원장을 지냈다.

고인은 하원에서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지지했으며 2003년 이라크 침공 등 개입주의 군사 정책에 반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2010년 같은 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을 개편하고, 기타 주요 세제를 변경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Obit Charles Rangel
찰스 랭글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2014년 6월 26일(현지시간) 뉴욕 퀸즈 자치구의 라과디아 공항에서 공항 근무자 집회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AP·연합
특히 고인이 한국전쟁으로 맺은 인연은 의정 활동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그는 1948년 브롱크스의 한 고교를 중퇴하고 육군에 입대, 한국전쟁 개전 초기 미군 2보병사단 503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일병이었던 1950년 11월 평양 이북 군우리 전투에서 포위한 중공군의 포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으나 흑인 부대원을 이끌고, 적진 후방으로 안전하게 피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고인은 1977년 같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의정 활동 기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 결의안(2013년)',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2014년)', '한국전쟁 종전 결의안(2015년)' 등을 발의했고, 2003년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창설을 주도해 초대 의장을 지냈다.

고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체로 비판적이었지만, 한·미 FTA를 앞장서서 지지해 체결에 기여했다.

그는 이러한 공훈으로 퍼플하트와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고, 2007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고인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2014년 6월 당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을 담은 고노(河野) 담화 검증 작업에 나섰을 때 그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서한을 일본 정부에 보내는 데 함께했고, 그 이듬해 아베 당시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를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하는 데도 동참했다.

고인은 2021년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전쟁 때) 부상을 입고 한반도를 떠났을 때는 악몽과도 같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기에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미국의 7번째 교역 파트너이자 국제적 거인으로 부상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고인의 수석 보좌관을 지낸 해나 김 전 미국 보건복지부 부차관보는 고인에 대해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영웅이었고, 이후 의회에서는 한·미관계 강화를 위해 헌신한 진정한 투사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부차관보는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랭글 의원의 진정한 사랑을 본 것이 영광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그는 내게 아버지 같았고 많은 한국 사람에게도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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