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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안불안에 맹수들도 피난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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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5. 22. 14:02

시날로아주 동물보호센터, 맹수 등 동물 700여 마리 이동시켜
걸핏하면 벌어지는 총격전ㆍ도로봉쇄로 사료공급마저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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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토크 동물보호센터의 호랑이들이 피난을 떠나기 위해 차량에 실려 있다./AP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기자 = 치안불안이 극심한 멕시코에서 맹수 등 동물들까지 짐을 싸고 피난길에 올랐다.

21일(현지시간) 과르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주(州)의 주도 쿨리아칸 외곽에 있는 오스토크 동물보호센터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 보호하고 있던 동물 700여 마리를 해안도시에 있는 한 농장으로 이송했다. 치안불안이 극심해지면서 지금의 장소에선 더 이상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멕시코동물원협회장을 맡고 있는 에르네스토 사수에타 센터장은 "폭력이 사람과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에서 시설을 계속 운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선 범죄조직이 목장이나 저택에서 맹수나 기타 이국적 동물을 마스코트처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서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호랑이 등 맹수 14마리를 마약카르텔로부터 압수하거나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농장이나 대저택 등지에서 발견해 구조했다. 오스토크 동물보호센터는 구조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오스토크 동물보호센터가 피난을 결정한 건 극심한 치안불안 때문이다. 멕시코 최대 범죄조직 중 하나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파벌 간 주도권 전쟁이 벌어지면서 시날로아에선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400여 명이 실종됐다. 운영 여건도 악화됐다. 총격전과 도로봉쇄로 걸핏하면 물류가 마비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동물보호센터는 사료 공급조차 여의치 않아졌다.

차량 도둑을 맞고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조직으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하는 등 직접적인 범죄피해도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동물보호센터의 이전을 치안불안이 사회에 끼친 대표적 사례로 꼽으면서 사회 안정과 경제성장을 위해선 치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남미에서 치안불안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현안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조직범죄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의 경제개발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의 인구는 세계인구의 9%에 불과하지만 범죄피해율은 글로벌 평균보다 3배, 살인사건발생률은 8배나 높다"며 범죄가 △공공안전과 국가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경쟁력 저하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불안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 증가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 발생하는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였다. 세계은행은 엘살바도르를 대표적 사례로 꼽으면서 "MS-13과 바리오18 등 갱단이 전국을 무대로 수십 년간 활동하면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보호비를 내라는 협박에 시달렸고 그 결과 엘살바도르 상점의 79%는 갱단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에서 조직범죄를 척결하는 건 경제개발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며 조직범죄가 경제개발의 저해요인 상수가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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