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개혁 방법 놓고 대립
대통령 석방에 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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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후(後)세대에 전가되는 부채가 매일 885억원, 연간 32조원씩 늘어난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으로, 2093년까지 누적될 미적립 부채(빚)는 무려 2231조원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1조 9000억원, 매월 2조7000억원, 하루 885억원씩 부채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도 20·30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여야가 이견이 없다. 그래서 본격 테이블 위로 이를 올린 것이다. 여야는 2월 안으로 '연금 모수개혁을 매듭짓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벌써 3월이다. 여당은 구조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방법론에서 어긋난 탓이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내는 돈의 비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을 일컫는다.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1%포인트(p)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이를 논의할 국정협의회에 대한 태도는 민생을 괴롭게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 6일 2차 국정협의회를 열어 쟁점 의제를 논의했지만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부분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 합의점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10일) 세 번째 국정협의회는 30분 만에 파행됐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에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탓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려고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이 예의주시하는 날임에도 이들의 선택은 민생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굵직한 사안들에 밀려나던 소위 '인기 없는' 연금개혁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했을 때, 여야 대표 모두 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 모두가 지금이 '골든아워'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저 후대에게 넘길 빚만 앉아서 세고 있는, 게으르고 무책임함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미래세대는 89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았다.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과 결단이 필요하다. 민생을 똑바로 보고, 연금개혁이 역사에 의미있는 한 줄로 기록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