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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드디어 베일 벗은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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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2. 17. 17:36

외계 행성 개척 투입된 복제인간 통해 자본주의 폐해 비판
막대한 제작비 투입…주제 접근 방식은 대중적으로 바뀌어
중반 이후 긴장감 감소…클라이맥스 볼거리도 살짝 아쉬워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복제인간 '미키' 역을 맡아 자본주의 사회의 낙오자를 대변한다. 사진은 패틴슨이 극중에서 17·18번째 '미키'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가까운 미래, 마카롱 사업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미키'(로버트 패틴슨)와 '티모'(스티븐 연)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을 피해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 행성 '니플하임' 개척에 자원한다. 개척 원정대에 뽑히는 조건으로 방사능 물질 노출 같은 위험한 임무에 노출됐다가 죽으면 바로 다시 만들어지는 익스펜더블(소모품), 즉 복제인간이 된 '미키'는 반복해 사망해도 매번 죽음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던 중 우주선에서 만난 '나샤'(나오미 애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되찾지만, 빙벽에 빠지는 사고로 또 다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회사 기술팀은 17번째 '미키'가 사망한 것으로 오해해 18번째 '미키'를 복제하지만, 17번째 '미키'가 '니플하임'의 토종 생명체 '크리퍼'의 도움으로 살아돌아오자 크게 당황한다. 익스펜더블은 활용 가능하지만, 2명 이상의 복제인간이 공존하는 멀티플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못해도 1억5000만 달러(약 2177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총 제작비 탓일까. 봉준호 감독의 주제 접근 방식이 '미키 17'에서는 조금 대중적으로 바뀌었다. 외세의 무분별한 개입에 따른 상흔과 극단적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날선 비판은 전작인 '괴물'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의 뒤를 잇지만, 다소 '순한 맛'에 가까워졌다.

SF 장르란 점을 고려해 외계 생명체를 등장시키는 등 볼 거리를 더했기 때문으로 우선 풀이된다. 또 특유의 냉소적이고 짖궂은 유머는 여전하나,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남녀의 사랑을 가미한 것도 맛이 순해진 또 다른 이유다. 물론 그 와중에도 봉준호 만의 살짝 변태스러운 '19금' 느낌을 최소한으로 고집해, 여느 작품 속 멜로 라인과 차별화를 꾀하기는 한다.

그러나 성격이 180도 다른 17번째 '미키'와 18번째 '미키'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전까지 팽팽하게 유지됐던 긴장감은 이상할 만큼 급격하게 떨어진다. 상반된 캐릭터의 좀 더 확실한 대립과 에피소드의 아기자기한 배치가 뒷받침됐다면 좋았을 뻔했다. 중반 이후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클라이맥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SF의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전해지지만, 평범한 관객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로버트 패틴슨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의 연기는 예상했던대로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다. 특히 패틴슨은 지금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로부터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확실하게 답을 알려준다.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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