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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크리스마스의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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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4.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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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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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은 좀 다른 의미로 시끌벅적하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령 선포는 많은 이들을 시위에 나서게 했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까지 이어지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 각종 경제지표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방 곡선을 그리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인터넷에는 자극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고, 어딜 둘러봐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소식들이 보이고 들린다.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어느새 1주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늘 우리를 설레게 하는 하루 중 하나다. 그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천사들이 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몰래 돈을 놓고 가는 '익명의 기부 천사' 말이다. 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출몰하는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지난 18일 충남 보령시 남포면 행정복지센터에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 익명의 기부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며 손편지와 함께 후원금·물품 등을 기탁하고 갔다. 센터에 전달된 후원 금품은 저금통을 포함한 현금 44만 6000원과 양말 47켤레, 라면 45상자 등 모두 160만 원 상당. 지난 2021년부터 4년째 익명으로 후원에 나선 이 후원자는 손편지에 "1년 동안 용돈을 모아 양말도 사고 직접 포장도 하며 많이 행복했다"며 "약소하고 부끄러운 물품이지만 좋은 곳에 써주면 감사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매해 연말 훈훈함을 안겼던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 역시 올해도 찾아왔다. 올해도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한식부페 앞에다가 돈을 놓고 가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놓고간 종이상자 안에는 5만원권 뭉치 여러 개와 돼지저금통,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적힌 편지가 동봉됐다. 액수만도 8003만 8850원이었다. 25년간 36차례에 걸쳐 노송동을 찾은 얼굴 없는 천사는 현재까지 누적 10억 4000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각지에서 익명의 기부천사들이 오늘도 탄핵정국으로 꽁꽁 얼어붙은 우리네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매년 들려오는 따뜻한 소식이라도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온기를 높여주는 천사들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사건사고 중심의 자극적 뉴스만을 접하다 마주하는 가슴 훈훈한 소식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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