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내가 만난 트럼프, 건설 부동산에 호기 올 수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301000660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13. 18:17

2024103001002725300169411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지난 1999년으로 기억된다. IMF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에 직면한 시절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 국민 모두가 처음 맞는 경제적 재난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던 그때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세계적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단어조차 낯선 당시에 세계 정상의 부동산 개발업자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자의 흥분은 최고조였다. 단순히 트럼프월드의 분양을 위한 마케팅 차원의 내한이었지만 한국이 부도 위기에서 헤어날 가능성과 시간적 전망, 부동산 시장 진단과 방향성 등 묻고 싶은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신문 1개면 정도를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이라며 기세등등한 채로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그를 만났다.

하지만 그를 만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무리 질문을 해도 대답은 그저 간단했다. 한국경제의 회생 여부를 물어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말이 전부였다. 어떤 이론도, 근거도 없이 그저 단순히 그 말만 되풀이했다. 세계적 부동산 개발업자가 된 본인의 신념이나 전략을 물어도 대답은 간단하게 돌아왔다. 미국 뉴욕 허드슨강 이면부지에 높은 건물을 지어 조망권을 확보했다는 말 외에는 특별한 전략이나 아이디어가 없었다. 부동산 대가에 걸맞은 쓸 만한 기사거리가 전무해서 허무하기조차 한 그런 만남이었다. 바닥으로 추락한 한국 부동산 시장에 실낱같은 기대감이나 세계적 부동산 재벌이 보는 한국경제의 회생 정책과 대안 등은 언감생심에 불과해서, 기사는 부동산 면 하단 귀퉁이에 미니 박스로 처리한 정도에 그쳤다.

2015년에 미국의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출마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당선되어 트럼프 1기를 마치고 이번에 재차 2기 미국의 대통령으로 등극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정제되지 않은 허풍쟁이가 틀림없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미국을 기업 총수처럼 독단적으로 끌고 갈 게 분명하다. 이른바 슈퍼 트럼피즘(Super Trumpism)의 시대가 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은 이미 죽었고 미국의 국익에 따라 독단적인 행동의 시대가 펼쳐질 게 분명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자동차, 이차전지, 에너지, 농식품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지만, 조선과 건설 산업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의 경우 신속한 러-우 전쟁 종식을 언급함에 따라 그동안 공을 들여온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혜가 기대되는 것은 큰 희망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장담 못 한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다. 중동 강경책 예고는 중동시장 의존도가 확대되는 국내 건설업계에 도리어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약(弱)달러를 추구하며 저(低)금리를 모토로 삼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국내 부동산은 상대적인 호재를 맞을 수도 있다. 고(高)금리에 수요위축 상황을 맞은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고 가격이 움직이면서 수요가 살아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때처럼 김정은을 만나 대북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다소 완화될 때 투자시장이 재차 활발해질 공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성장이 빈곤해지면 되레 악화할 소지도 충분하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정책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수출국 다변화, 가격전략 강화 등의 대응 방안이 필수다.

트럼프가 1기 때 선임비서관 롭 포터에게 말한 대목을 상기할 필요성 있다.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언제나 힘을 과시해야 해. 상대가 김정은이든 누구든, 트럼프는 자기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도록 해야 해. 이건 의지의 대결이야." 이해가 된다. 지난 1999년 대면할 때 트럼프의 모습이 그랬다. 무조건 상대를 누르고 센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성향이 그랬다.

트럼프는 가업을 물려받은 뒤 브루클린과 퀸스의 주택 사업보다는 화려한 맨해튼의 고급 부동산 사업에 집중했다. 대우그룹 창업자 고 김우중 회장과도 인연도 그때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잖은가. 겉으로는 무모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며 손해를 안 보는 슈퍼 트럼피즘 스타일에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