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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야 쓰지, 속수무책 中 내수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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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4. 10. 10. 14:59

국경절 특수에도 中 내수 심각
디플레이션 지속 현실이 증거
돈맥경화 등의 유행어도 현실 반영
12일 부양책 발표하나 현실은 암담
중국 경제가 한창 잘 나갈 때만 해도 주머니가 꽤 두둑했던 중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정말 상상을 불허했다. 웬만한 서방 세계의 부호들을 완전히 찜 쪄 먹었다고 해도 좋았다. 수년 전 한국의 모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 들렀던 한 허름한 차림의 중국인 고객이 매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쪽에서 저쪽 코너까지 모두 사겠다"면서 돈가방을 카운터에 턱 하고 놓았다는 전설적인 일화는 다소 뻥 같으나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첸황
주머니가 텅텅 빈 중국 소비자들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말해주는 한 매체의 만평. 중국 경제 당국이 기대하는 내수 진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금세기 들어선 이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글로벌 명품 시장의 가장 압도적인 큰 손이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죽했으면 일부 양식 있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세계적 명품업체들의 위안다터우(寃大頭), 즉 호구라고 자조적으로 불렀을까.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 180도 달라졌다. 굳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일 필요도 없다. 중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세계적 큰손에서 톄궁지(鐵公鷄), 즉 지독한 짠돌이가 돼버렸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케이스를 들어보면 더욱 알기 쉽다. 역시 중국인들이 인생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먹는 것과 관련한 사례가 가정 적당할 것 같다. 요즘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유행하는 단어인 충귀이타오찬(窮鬼套餐)을 우선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전국의 모든 식당과 카페들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5 위안(元·950 원) 전후의 극강 싸구려 먹거리인 이른바 거지세트를 일컫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톄궁지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글로벌 명품 대신 핑티핀(平替品), 다시 말해 짝퉁이 다시 시장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한 현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금세기 전후에 대유행하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붐을 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당분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중국 소비자들의 신세가 역대급으로 초라하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평균적으로 주머니들이 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인지는 전국 곳곳의 시중에 첸황(錢荒·돈맥경화), 차이둥부시(부채 돌려막기) 현상이 만연하는 현실이 무엇보다 잘 말해준다.

돈을 시원스럽게 쓰고 싶어도 주머니가 텅텅 빈 이런 상황에서 내수가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진짜 말이 안 된다. 실제로도 중국 경제 당국이 잔뜩 기대했던 국경절 연휴(1∼7일)의 특수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좋을 까닭이 없다. 당국이 최근 두차례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12일 또 한번의 대책을 내놓으려 하는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는 인위적인 부양책은 한계가 있다.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이 경기를 자극하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누가 뭐래도 내수 진작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비자들의 두둑한 주머니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현실이 돼야 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 당국이 완전 외통수에 내몰린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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