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경찰청 24시] 제복의 품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29010016704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승인 : 2024. 06. 29. 17:52

전사 경찰관 찾기 위해 유해발굴사업 등 지속
올 2월 시행 국립묘지법 안장자격 완화 추진
100원의 기적 통해 순직 유가족 보살펴
2024062701002590400160092
지난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명손 경사의 유해 안장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윤희근 경찰청장(가운데)이 유해 안장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경찰청
2024062101001941200120184
여섯 살 어린 딸을 두고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경찰관의 유해가 74년 만에 국가의 품에 안겼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고(故) 김명손 경사는 올해 초 신원이 확인돼 지난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경찰청은 고 김명손 경사처럼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경찰관이 가족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

6살 딸 유전자로 74년 만에 돌아온 경찰관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을 넘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27살 경찰관은 6살 어린 딸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몇 번이나 딸의 머리를 쓰다듬은 김명손 경사는 두 눈에 딸의 모습을 다 담은 뒤에야 집을 나섰다.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74년 전 쏟아져 내려오는 북한군에 맞서 전사한 고(故) 김명순 경사의 유해는 2007년 국방부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발견됐다.
하지만 이 유해가 고 김명순 경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군번조차 도입돼 있지 않았던 시절이라 신분을 확인할 만한 장비가 지급되지 않아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가족의 DNA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또 사자의 DNA는 분석 자체도 오래 걸리는 데다 전사자 유가족의 신청이 있어야 일치 여부가 확인 가능한 점도 유해 신원을 확인하는데 오래 걸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 김명손 경사의 유해는 74년 전 김 경사의 마지막 모습을 본 여섯 살 딸의 DNA로 확인됐다. 벌써 80세가 된 딸은 2014년 유전자 시료를 제출했고, 10여 년의 분석 기간을 거쳐 올해 초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2024062701002590400160093
지난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명손 경사 유해 안장식에 참석한 경찰관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경찰청
전사·순직 경찰관 예우…"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

경찰청에서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전사·순직경찰관들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매년 6월 6일 전사·순직경찰관 추념식을 비롯한 다양한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가 장렬히 산화한 전사 경찰관들을 빠짐 없이 찾아내고 그 공훈을 기리기 위해, 유해발굴사업(국방부 협조), 현충 시설 정비사업(보훈부 협조) 등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장기간 봉사한 퇴직자들에게 국립묘지(현충원, 호국원) 안장자격을 부여한 국립묘지법의 안장자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와도 다방면으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올해 2월 시행된 해당 법안은 30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경찰관에 대해 안장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지만, 경찰청은 정년퇴직 조항으로 인해 동일하게 장기간 재직했음에도 명예퇴직을 선택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의 아쉬운 점이 있어 재개정을 추진 중이다.

'100원의 기적' 그리고 제복의 품격

100원의 기적은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에서 100원 또는 1000원을 자동 이체한 금액을 모아 순직 경찰관 자녀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현장에서 흘린 동료들의 땀과 눈물에 우리 스스로가 명예를 부여해보자라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이를 제안한 사람이 윤희근 경찰청장이다. 순직 경찰관 추모행사에서 어린 유자녀를 만난 뒤 직접 제안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이래 현재 9만4192명(5월 기준·전체 참여율 65.8%)의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경찰의 대표적인 '순직 유가족 보살핌'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제목 없음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5월 8일 경찰청 어울림홀에서 순직 경찰관 유자녀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지난 5월 8일 어버이 날을 맞아 지원 대상이 되는 유자녀 및 유가족을 초청해 새로 개장한 경찰청 어울림홀에서 지원금 전달식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제복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경찰청에선 전사·순직 경찰관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 처우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정책을 보면 △경찰관 직무 특성이 반영된 공상추정제 △간병비 등 공상치료비 지원 현실화 △위험직무공상 특별위로금 지급기간 확대(25년 1월 시행 예정) 등이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현직 경찰관들이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게 경찰청의 구상이다.

한진이 경찰청 복지지원계장은 "제복인의 명예를 높이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사하다'는 응원에, 순직한 동료가 남기고 간 어린 아이의 밝은 웃음에 경찰청 9층 복지창조그룹의 명예가 높아진다는 자부심으로 부서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