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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人①] 시리아 난민 청년, 터키 메탈헤드의 마음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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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애 이스탄불 통신원

승인 : 2021. 02. 16. 16:29

[아시아人] 편집자주

아시아투데이가 발로 뜁니다. 아시아에 있는 아시아투데이 통신원들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아시아의 다양한 사람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들어본 그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주변에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게 아닙니다. 아시아투데이는 꼭 고위관직자이거나 유명인이 아니어도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아시아인들의 ‘인간극장’을 담아내겠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정근애 이스탄불 통신원 =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삼촌 방에서 흘러나오는 생경한 음악에 마음을 뺏겨버린 6살 꼬마가 있었다. 장르도 모른 채 생일마다 외삼촌에게서 2~3곡의 메탈 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선물받으며 자연스럽게 메탈헤드로 자란 꼬마는 지금 이스탄불 메탈씬(메탈계)의 중심에서 터키 메탈 팬들을 호령하고 있다. 언더테이커스(Undertakers), T.O.D, 테케(Teke) 등 다수 메탈밴드에서 베이시스트,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무함마드 알리 알 잠말(27) 씨의 이야기다.

알리 씨는 터키 메탈씬에서 활동하는 유일무이한 시리아 난민이다. 중동 음악이나 길거리 음악가로 활동하는 시리아인은 터키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크고 작은 메탈 무대에 서는 시리아인은 온 터키를 통틀어 알리 씨밖에 없다.

굳이 시리아인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이는 중동 국가 출신에게 흔한 일이 아니다. 중동에는 특유의 창법과 악기를 사용한 중동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헤비록이나 메탈 등의 장르를 음악으로 치지 않기 때문이다. 알리 씨가 나고 자란 다마스쿠스는 시리아 정교회 신자가 많은 지역이어서 정도가 덜했지만 대다수의 무슬림들은 메탈 음악을 사탄주의자가 하는 위험한 음악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실제 알리 씨는 시리아에서 친구들과 프로젝트성 메탈 커버밴드를 만들어 콘서트를 열었다가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풍기문란죄’였다.

“사실 시리아에서는 그게 할 수 있는 음악 활동의 전부였어요. 불법 CD만 구할 수 있었고 싸구려 일렉트릭기타를 어렵게 구했지만 연주는커녕 조율 방법도 배울 길이 없어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비슷한 소리가 나게 연주했어요.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메탈 음악에 대한 규제가 더 심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그는 터키를 넘어 시리아, 이란, 레바논, UAE, 이집트 등 중동 국가의 메탈 팬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모함마드 알리 알 잠말
대형 페스티벌 ‘Rock Off 2019’에서 공연하고 있는 알리 씨/출처=모함마드 알리 알 잠말 인스타그램(@ali_j_sy)
내전은 이 시리아 청년의 꿈에 더 큰 제약을 안겼다.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를 규탄하는 시위에서 정부군의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다. 이것이 시민군과의 무력 싸움으로 커지면서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것이다. 이는 이슬람 종파싸움으로 번졌고 여기에 시리아 정세를 이용한 터키, 미국, 이란, 러시아 등 강대국의 줄다리기까지 더해지면서 내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다마스쿠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었음에도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전기는 하루에 2시간만 들어왔고 아침에 30분 정도만 수돗물을 쓸 수 있었다. 알리 씨의 집 역시 정부군에게 장악됐고 음식을 구하기조차 힘들어졌다. 각 가정의 장남들은 강제 징병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시기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을 통해 알리 씨는 내전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시리아인들이 전쟁과 구속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을 봤다. 특히 독일로 이주해 스웨덴 메탈밴드 오페스(Opeth) 콘서트에 간 친구의 사진을 본 알리 씨는 ‘시리아에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013년 사촌과 함께 터키에 방문했다 돌아간 이후부터는 더 했다.

결국 알리 씨는 2014년 혈혈단신으로 터키에 왔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와 수월하게 난민 인정을 받은 마지막 세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키 정부는 난민이 과도하게 유입됐다는 이유로 시리아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했다. 현실적으로 비자 발급이 어려운 상황임을 미뤄 보면 난민의 합법적 유입을 차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시리아인들은 걸어서 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터키에 들어오고 있다.

(2부에 계속)
정근애 이스탄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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