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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비실대는 삼성전자 주가, 오너와 이해상충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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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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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설진훈논설위원
설진훈 논설위원
삼성전자가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2조1700억원보다 782%나 급증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750억 달러로, '글로벌 증시 황제주'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추정 영업이익 700억달러(약 97조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전자가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 영업이익 창출 기업'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향후 실적 전망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올해 358조원, 내년 590조원, 2028년 643조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600조원과 400조원으로, 합산 10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요즘 삼성전자 주가는 말 그대로 한없이 비틀거린다. '주가는 실적이 아니라 기대치가 말한다'는 격언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자체 개발을 선언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호(好)실적에 고무돼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올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장안의 주식 고수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실적 발표 전후 7거래일 동안만 24.8% 급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32.7%로 더 폭락했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삼성전자 주주들 얘기가 '배부른 하소연'으로 들릴 수도 있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도 호실적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곤두박질친 전례가 더러 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금언은 실적 발표에도 들어맞았다. 마이크론은 역대 최고 분기실적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6월 말 주가가 사상 최고(1213달러)를 찍은 뒤, 4개월새 27.7% 하락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고실적 발표 전후 단기 주가 낙폭은 삼성전자가 훨씬 더 컸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향후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3.4배로, 마이크론(약 5배)보다 상당히 낮다. 내년까지 벌어들일 주당순이익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주가가 훨씬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왜 삼성전자 주가에 이런 디스카운트가 발생했을까. 엔비디아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주주환원을 소홀히 한 기업 책임,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을 옥죄는 정부규제 탓이 클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에선 최근 예상하지 못한 대주주 관련 주가 리스크가 새로 부각됐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보통주 1115만8000주(지분율 0.17%)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증여하는 계약을 전날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날 주가 기준으로 증여액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바로 전날인 12일에는 이 회장이 모친에게서 삼성전자 보통주 766만7100주를 직전 6개월 동안 장외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입단가는 평균 25만500원으로 이날 종가 25만1000원과 엇비슷했다. 실제 주식증여 예정일은 11월 12일이다. 증여까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58%에서 1.75%로 높아진다.

이는 주가가 쌀 때 증여하면 그만큼 세금이 줄어들기에 오너들이 흔히 쓰는 '합법적 절세 기법'이다. 장외거래에서도 특혜 내지 편법 시비를 낳을 수 있는 '헐값 매입' 의혹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회사 측의 주가관리를 놓고 일반 주주들과 오너 사이에 '이해상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증여세 산출 시점이 주주들에게 민감해서다. 현행 세법상 상장주식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 각각 2개월간의 종가평균으로 산정한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 9월 12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4개월간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액을 산출하게 된다. 최대주주 주식에 적용되는 20% 할증과 증여세 최고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면, 4개월간 평균주가가 1만원씩 낮아질 때마다 이 회장의 증여세액은 약 670억원씩 감소한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수록 이 회장의 납세액은 줄어든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대주주를 위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주가가 낮게 유지되도록 이른바 '역(逆)주가관리'를 할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1394조원(우선주 포함)에 달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46%로 높은 삼성전자 주가를 사측이 원한다고 마음대로 떨어뜨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797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주들은 6월 19일 한때 38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최근 21만원으로 추락하자 큰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주주들과 절세를 바라는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발표한 90조~110조원의 역대 최대규모 올 주주환원책 가운데, 종전 자사주 매입분과 중간 배당금을 뺀 60조~8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식을 내년 1월 실적결산 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주주들은 당장 주가상승 효과가 큰 자사주 매입을 최대한 늘려주길 바라지만, 이사회는 대주주 절세효과 등을 감안해 혹시 다른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이런 '합리적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지금이라도 '국민기업' 삼성전자가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등 주가관리 방안을 내놔야 한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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