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조현준의 사람을 읽는 힘… 효성 백년 성장판 바꿨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19010006126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10. 19. 18:4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해외 유학·日취업서 쌓은 글로벌 인맥
그룹 체질 바꾸는 중요한 밑천 작용
고교 야구팀 주장 맡으며 배운 팀워크
2019년 미 멤피스 변압기 공장 인수 결단
적자 허덕 중공업 살린 승부사 기질도
basic2026-2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글로벌 경험을 갖춘 총수다.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고, 일본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종합상사와 투자은행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다. 세 나라를 무대로 쌓은 경험은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역량과 맞물려 그의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학창 시절 야구팀 주장과 교내 대표선수로 활약하며 다진 리더십까지 더해져,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 신뢰를 쌓고 협력의 접점을 넓히는 든든한 자산이 됐다.

그 밑천이 가장 크게 쓰인 곳은 미국이다. 2019년 4650만달러에 사들인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공장은 효성의 무게중심을 섬유·화학에서 전력기기로 옮기는 출발점이 됐다. 이후 효성중공업 영업이익은 17배 가까이 늘었고 수주잔고는 17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사이 그룹은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과 사업을 나눴다. 조 회장이 만들어 가고 있는 효성의 변화를 짚어봤다.

◇방대한 글로벌 인맥… 지금의 효성 만들었다
내년이면 조현준 회장의 취임 10년, 입사 30년을 맞는다. 그간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그의 폭넓은 인맥들은 중요한 단초가 돼 왔다.

1968년 1월 16일생 조현준 회장은 조홍제 창업주,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은 효성가 3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업은 대부분 해외에서 마쳤다. 1983년 보성중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세인트폴스 고교, 1991년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1996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으로,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교분이 자주 언급된다. 경기초등학교 동문이며, 일본 게이오대학 석사 과정을 함께 마치기도 했다. 고(故) 조석래 회장 별세 때 이재용 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여사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조 회장을 위로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영어·일본어 뿐 아니라 이탈리아어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페라리 딜러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기도 하다. 방한한 존 엘칸 페라리 회장과의 친분이 화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절친인 이재용 회장과 조 회장은 페라리와 일명 '슈퍼카 동맹'을 맺기도 했다.

조 회장의 첫 직장은 효성이 아니었다. 1992~1993년 도쿄 미쓰비시상사 에너지부·원유수입부, 1995~1997년 모건스탠리 도쿄 법인영업부에서 일했다. 재계에서 괜히 '일본통'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효성은 일본의 화학명가 '도레이'를 롤모델로 자주 언급해 왔고 지금도 일본 뿐 아니라 '한미일 경제대화' 등에서 중요한 국가간 가교가 되고 있다.

1997년 효성 T&C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고 2007년 섬유PG장 겸 무역PG장(사장) 등을 거쳤다. 사장 승진 약 10년 만인 2016년 12월 29일 회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1월 16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공식 취임했다. 같은 해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입사 20년 만이다.

◇야구팀 주장에서 '팀 스피릿'까지… 조현준의 스포츠 경영
조현준 효성 회장의 이력에는 운동이 빠지지 않는다. 미국 세인트폴스 고교 시절 그는 동양인 학생으로는 처음 야구팀 주장을 맡았다. 축구에서도 사학 라이벌 그로튼스쿨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 예일대에 진학한 뒤에는 야구와 미식축구 두 종목에서 교내 대표로 뛰었다. 스키·테니스·축구 실력도 재계 안팎에서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운동은 계속됐다. 1997년 효성에 합류한 그는 일요일마다 사내 직장인 야구대회에 나섰고, 소속팀은 6년 연속 우승했다. 회장 취임 후인 2019년 5월에는 안양공장 체육대회 축구 결승에 효성중공업 소속 선수로 직접 출전해 효성티앤씨와 맞붙었다. 이날 임직원과 가족 34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운동장에서 익힌 감각은 경영 메시지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야구를 선수 각자가 맡은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해야 이기는 경기라고 설명하며, 개인 기량보다 팀워크를 강조해 왔다. 2016년 말 회장 승진 당시에는 스포츠맨십에 기반한 페어플레이를 내걸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 신년사에서는 2025년 월드시리즈에서 연장 끝에 우승한 LA 다저스를 예로 들며 '팀 스피릿'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스포츠는 효성 사업에서 한 축을 이룬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2010년 세계 시장 1위에 오른 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신축성이 핵심인 스판덱스는 스포츠웨어와 애슬레저 의류에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국내 상륙에도 조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의 성장성을 일찍 알아보고 원사를 공급했고, 2011년 효성 관계사를 통해 국내에 들여왔다.

스포츠는 외교 무대에서도 쓰였다. 조 회장은 야구 애호가로 알려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추신수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야구방망이를 건넸고,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크게 반겼다는 후문이다. 효성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켈레톤 대표팀을 집중 지원했고, 이는 2018년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로 이어지기도 했다.

◇멤피스 결단의 순간이 갈랐다… 차남이 손 뗀 적자기업을 '캐시카우'로
3세 체제에서 효성중공업을 맡은 사람은 조 회장이 아니었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06년께부터 약 7년간 중공업PG장을 지냈다. 이 시기 실적은 부진했다. 2012년 3분기 546억원, 4분기 30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3년 2월 말 조 전 부사장은 PG장을 포함한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놨고, 일명 '형제의 난'은 그 이듬해 시작됐다.

2018년 6월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효성중공업은 독립 법인이 됐다. 조 회장은 첫 해 효성중공업의 영업이익 500억원, 이듬해인 2019년은 1303억원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운명의 순간은 2019년에 찾아왔다. 미국통 조 회장은 그해 12월 미쓰비시전기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첫 미국 현지 생산기지였다. 공장은 2020년 현지 생산에 들어갔는데 시점은 좋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번졌고 영업이익은 쪼그라들었다.

조 회장은 밀고 나갔고 판단은 옳았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안에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공장이고, 효성중공업은 북미 해당 변압기 누적 설치량 1위 기업이 됐다. 증설은 두 차례 이어졌다.

멤피스 공장이 가동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441억원에서 7470억원으로 약 17배, 영업이익률은 1.5%에서 12.5%로 올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6% 늘어 처음으로 한 해 7000억원을 넘었다. 수주잔고는 2023년 말 5조8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17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년 반 만에 3배다.

지난 7월 조 회장은 공대출신 투성이 효성에서 창사 60년 만에 최초로 인문·어문 전공자만 공채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조 회장은 평소"효성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각 지역의 역사·문화·종교·언어·사회구조와 산업 형성 배경까지 이해해야 고객의 사고방식과 실질적인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간 글로벌 인맥과 스포츠 사랑까지 방대한 경험으로 실적을 쌓아 온 조 회장 경영사를 돌아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조 회장은 "역사·문화·산업 형성 배경을 이해해야 실제 고객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읽을 수 있다"고 했고 "향후 회사를 이끌 인재는 해외 경험과 국제 감각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의 탁월한 수완으로 효성은 전력기기를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면서 "4년간 수천억 적자 끝에 정상화 궤도에 오른 효성화학, 2021년 정점의 이익을 되찾는 여정 중인 효성티앤씨의 변신도 지켜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