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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 회장, ‘오른손 호황’ 넘어 ‘왼손 결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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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10.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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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입사 37년, 총수 5년차
CES 등 테크현장서 미래준비
AI DC가 불러온 전력 호황 올라타
2030 비전 '그룹자산 50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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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그룹 회장은 바뀌는 판을 읽고 변화를 즐길 줄 아는 경영자다. 라스베이거스 CES를 비롯한 첨단 테크 전시회의 단골이면서, 신년사를 AI로 작성하는 장면을 직접 시연까지 하는 행동형 리더다.

끊임없이 조직에 AI를 강조하고 '양손잡이 경영'을 슬로건으로 그룹 자산을 5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 가도를 밟고 있다. 사원으로 시작해 정유·전자·상사·비철금속·기계·통신까지 6개 업종을 거치며 바닥부터 다져 온 결과다.

총수 5년차, 어깨는 무겁다. AI데이터센터가 불러 온 전력 호황에 최대한 성장하고 조카들에게 바통을 넘기기 전 미래 사업들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수행 중이다. 그는 2022년 사촌형인 구자홍 전 회장의 별세 후 공정위 동일인 지정으로 명실상부 LS 총수의 자리에 앉았고 이제 조카들에게 3세 경영시대를 열어줘야하는 일종의 조정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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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막내 총수… LS 변신 주도했다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을 이끈 지 5년차, 만으로 4년 9개월을 넘기고 있다. 통상 9년씩 총수를 맡는 관례대로라면 임기인 2030년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LS그룹은 재계의 대표적 사촌 경영 기업이다. 2003년 LG그룹에서 LS가 분리 된 이후 창업 1세대 3형제(구태회·구평회·구두회)의 장남들이 9년씩 돌아가며 맡았다. 그렇게 막내 구두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은 사촌 구자홍, 구자열 회장의 다음 순번으로 3대 회장에 올랐다.

입사 37년차다. 1964년생으로 홍익대 부속고를 나와 미국 베네딕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시카고대 MBA를 거쳤다. 1990년, LG정유(현 GS칼텍스)에 일반 사원으로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S가 아직 LG에서 분리되기 13년 전, 구 회장은 정유에서 출발해 LG전자, LG상사를 거쳤고, 이후 LS니꼬동제련, LS전선, LS엠트론으로 이어졌다. 그룹의 거의 모든 업종을 맛 보며 오너 수업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2003년 아버지 세대의 3형제가 LG에서 독립해 LS를 출범시켰다. 구 회장 당시 나이 서른아홉이다. '사촌 경영' 틀이 세워졌고 그렇게 2022년, 32년을 돌아 LS 총수가 됐다. 사실상 2세대 마지막 회장이면서 다음 3세대 경영자와 함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하는 일종의 가교가 돼야 하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 중이다.

변화의 바람은 회장이 되기 전부터 일으켰다. 그룹의 미래혁신단장으로 디지털 전환을 맡았고 CES를 코로나19 시기 외에는 매해 방문하며 판을 읽는 눈을 틔웠다. 지난해는 CES를 방문해선 중국기업들의 굴기를 지켜보고 "한국 기업들은 큰일 났다"고 멘트하기도 했다. 혼자 가지 않고 계열사 CTO 등을 대동했고 LS 퓨처리스트로 뽑힌 직원 20여명도 대동해 왔다. 방식은 첫날 스타트업을 먼저 만나고, 이튿날 대기업 전시관을 도는 식으로 이어졌다.

2023년 CES 현장에선 "우리는 전기 회사인데 우리 없으면 CES 전시장 다 안 돌아간다"는 농담 섞인 자부심도 보였다. LG전자 부스에 오래 머물며 투명 올레드의 강점과 양산 시기를 직접 캐묻기도 했다. 범LG 일가로서의 면모로 재계는 해석했다. CES 일정에 테슬라, IDEO, IBM 양자컴퓨팅 연구소 같은 글로벌 선진 기업 별도 방문을 붙이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에는 CES 대신 대통령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고, CES에는 퓨처리스트 직원들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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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전임 LS 회장(왼쪽)이 2022년 1월 3일 경기도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LS 회장 이·취임식 및 신년하례'에서 구자은 신임 회장에게 사기(社旗)를 전달하고 있다. /LS그룹
◇목전에 둔 '그룹 자산 50조' 비전… 공은 전임회장에게 돌렸다

구자은 회장 취임 직후 발표한 그룹 몸집을 당시의 두 배로 키우겠다는 '비전 2030'선언은 이제 현실이 돼 간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취임 직전 25조2000억원 수준이던 LS그룹의 공정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41조6000억원에 이른다. 목표는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달성은 9조원이 채 남지 않았다.

경영 성적표는 최고점이다. 2021년 13조원이던 LS 매출은 145% 뛴 31조원으로 올라섰다. 올해는 상반기만으로 20조5000억원을 넘었다. 전기화에 베팅한 방향이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맞아 떨어지면서다.

생성형 AI 열풍이 불러온 AI 데이터센터 연쇄 건설은 대용량 전력을 끌어오는 변압기·배전반·버스덕트 수요를 폭증 시켰다. 때마침 미국 변압기의 약 70%가 교체 시기를 맞았고 노후 장비 발주는 일제히 LS 등 국내 기업으로 이어졌다. 중국산을 배제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영향이다. LS MnM의 전기동부터 에식스솔루션즈의 권선, LS전선의 송전케이블과 LS마린솔루션의 해저 시공, LS일렉트릭과 가온전선 등의 변압기·배전반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이 일제히 성장세를 맞게 된 배경이다.

최대 실적의 공은 고스란히 전임인 구자열 회장에게 돌렸다. 취임 이듬해 "사상 최대 실적은 전임인 구자열 회장님이 뿌린 씨앗을 임직원들이 잘 경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추수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취임 첫 해인 2022년 LS가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으로 전년대비 20%, 29% 상승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시점에서 나온 말이다.

구 회장은 지난 4년간 엘앤에프와 합작한 LLBS가 새만금에 1조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9월 준공 후 시험생산 중이다. 올해 4분기 상업가동이 목표다. 황산니켈 사업도 LS MnM이 울산과 새만금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울산 온산 공장은 4분기내 양산이 목표이고, 새만금 공장은 2029년 가동 예정이다. 원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에도 투자하는 등 동분서주 했다.

◇신사업 개화는 아직… 이제 왼손 차례

구자은 회장이 뿌린 왼손의 씨앗은 2030년 이후를 향해 빠르게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 개화하진 못했다.

그룹의 간판 슬로건인 '양손잡이 경영'은 잘하던 기존 사업을 다듬는 손과 새 사업을 개척하는 손을 함께 쓴다는 의미다. 전기와 전력·소재 같은 주력사업과 AI·빅데이터 같은 미래 기술을 함께 키워 시너지를 내겠다는 게 구 회장의 전략이다. 전력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해저·초고압 케이블과 변압기 같은 그동안 잘 해 온 오른손이 그룹을 지탱해 온 셈이다.

이제 왼손 차례다. 소위 배·전·반이라 부르는 배터리 소재·전기차 부품 신사업이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과제다. EV릴레이나 충전사업은 아직 이렇다 할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 등도 탈중국 수요를 잡고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LS MnM의 반도체용 황산 역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 전선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했던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은 철회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중복상장 비판 발언 나흘만의 결정이다. 호황에 올라타기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이 마련돼야 할 시점에서다.

다음 세대인 조카들로 경영 바통을 원만하게 전달하는 것도 과제다. 구동휘 LS MnM 대표이사 사장과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구본혁 인베니 부회장 등의 3세 경영이다. 현재 구동휘 대표가 구자열 의장의 외아들이면서 지분은 가장 앞 서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은 취임 이전부터 확실히 준비 된 총수로, 변화의 맥을 정확히 짚어 그룹의 미래를 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워낙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라, 사업과 조직에 중대한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게 과제"라고 평가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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