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여의대로] 한국에도 닥칠 美의 ‘생활비 선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1801000555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0. 18. 17:41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주거·연료·식료품비 급등 공화당 직격
AI붐 수혜 양극화 성장 양국 닮은 꼴
정부 내년 900조 근접 확장재정 올인
고금리 속 물가 더 자극 부메랑 우려
2026080201000026600001701
배병우 논설위원
미국의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7%(전기 대비 연율)로 추정된다. 이란전쟁의 충격이 본격화한 3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한다는 건 놀랍다. 지난해 4월 이후 '트럼프 관세'가 지속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감속 요인이 되는데도 그렇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의 파급효과와 이에 힘입은 미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고용시장도 견조하다. 실업률은 4.1~4.3%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 분석업체 코베이시레터는 "미 경제가 현재 78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1854년 이후 여섯 번째로 긴 경기 확장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양호한 경제지표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죽을 쑤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민주당에 내줄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상원을 잃을 확률도 60% 이상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여당이 고전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간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같은 호경기에서의 고전은 유별나다.

공화당을 끌어내리고 있는 주범으로 고물가(인플레이션)가 지목된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다. '생활물가 부담'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어포더빌리티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과는 결이 다르다. 주거비, 식료품비, 보건의료비, 연료비 등 일상에서 몸으로 체감하는 '생활비(cost of living)'와 직결돼 있다. 특히 임대료·집값 상승에 따른 주거 불안과 밀접하다. 휘발유 가격만 해도 미국 내 평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넘어 4.5달러(약 6035원)에 근접했다. 트럭과 농기계 연료로 주로 쓰이는 경유의 평균 가격은 6달러를 넘었다. 이로 인해 트럼프 텃밭으로 불리는 중서부 농업 벨트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많은 미국인에게 "현재 경기는 '잘못된 호황(boom)'으로 여겨진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의 분석은 일리가 있다. 생활비 상승에다 최상위 부유층의 소비와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주도하는 양극화 성장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상황은 한국과 많이 닮았다. 우선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3.3%는 연초에 비하면 무려 1.3%포인트나 뛰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 중후반임을 고려하면 수치로는 엄청난 호황인 셈이다. 둘째, AI 관련 투자가 이끄는 '외발 성장'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치의 86%가 반도체 투자 확대의 직간접 효과다. 내수는 물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업황은 악화일로다. 고물가도 닮았다. 서울에서 1만6000원인 냉면 한 그릇과 5000원이 보통인 김밥 한 줄 가격이 체감 물가를 대변한다.

그렇지만 한국과 미국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부동산 시장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매매가·전월세의 '트리플 상승'이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살림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전월세 품귀와 가격 상승은 내년에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청년층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번지는 고용시장 한파도 미국에선 보기 힘들다. '생활비 선거' 성격이 뚜렷한 미 중간선거는 내후년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여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고 신호다. 어포더빌리티 잣대로 보면 우리 상황은 미국보다 심각하다.

정부와 여당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불안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동산 문제는 그냥 제쳐 놓을 심사로 보인다. 대신 812조원에 이르는 내년 슈퍼예산과 162조원(내년 사업예산 45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동원한 대규모 재정지출로 활로를 뚫으려 한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 성과급으로만 50조원 이상이 풀리는 가운데 재정 돈 풀기까지 가세하면 인플레 압력이 더 고조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일부 현금성 복지지원 수혜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이 생활비를 상승시키고, 결국 금리부담도 급증시켜 심각한 부메랑 효과를 부를 것이다. 미래를 위한 종잣돈을 지금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는 데 따른 법적·정치적 문제도 있다. 향후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 재정 부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3%를 오르내리는 등 40년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저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생활비 물가와 금리 충격을 줄이는, 보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재정정책이 여당에 이득이 될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