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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사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 나올 때마다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개봉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다. 1979년 10·26 사건을 소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 과정을 다룬 영화로, 개봉 당시 박 전 대통령 유족이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일부 장면이 삭제된 뒤 상영됐다. 실제 사건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20년이 넘은 지금도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영화는 역사책이 아닌 만큼 극적 전개를 위해 인물을 재구성하거나 실제로 없었던 대사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관객 입장에서는 작품 속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현대사는 관련 인물과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만큼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더욱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창작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에 어느 정도의 역사적 책임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눈여겨볼 대목은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의 공방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장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여야가 맞서는 사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어떻게 차용했고 어떤 부분을 새롭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정치권이 역사적 사건에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영화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유불리나 진영 논리에 따라 갈리기 시작하면 역사적 사실과 창작의 경계를 따져보는 일은 어려워질 수 있다.
역사는 지나간 일이지만 정치권에서 역사를 소환하는 순간 현재의 정치가 된다. 특히 현대사의 한 장면은 여전히 살아 있는 기억인 만큼 역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공방은 영화 한 편에 대한 찬반을 넘어 정치권이 역사를 어떻게 소환하고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가 어느 진영에 유리하냐가 아닐 것이다. 정치가 역사를 말할 때 어디까지가 필요한 개입이고 어디부터가 정치적 해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한 편이 던진 논란은 정치권에 다시 한번 역사와 정치의 경계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