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사설] 대법원장 첫 국감 답변, 3권 분립 훼손 안 돼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0601000162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0. 07. 00:01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병화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 증인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조 대법원장의 태도를 지적한 데 대한 답변이다. 자의든 타의든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법원장이 답변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국감에선 대법원장이 인사말만 한 뒤 이석(離席)하고, 현안에 대한 답변은 법원행정처장이 하는 게 관례였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민주당 주도로 일반증인에 채택됐지만, 삼권분립과 사법독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의 증인 선서와 증언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그는 "답변할 시간을 주시겠냐"라며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를 꺼내 들고 작심 발언에 나섰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절차, 대통령의 임명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헌법이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인 조치"라고 밝혔다. 국회가 헌법 조문에도 없는 사항을 따져 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에 누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할지 협의하는 것도 관행일 뿐 헌법에 근거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의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하여 협력해 온 것"이라며 "서면 제청도 헌법에서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제청했지만, 헌법 취지에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관 임명이 안 되는 이유는 청와대에서 (법적 근거 없이) 재제청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이재명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재제청 거부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임명권 부정으로, 헌법 규정에 대한 구체적 위반이라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이 누구 주장이 옳은지 최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만큼, 청와대는 결과를 지켜본 뒤 결자해지에 나서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은 12·3 계엄과 관련한 대법원의 대응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그는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고, 전혀 협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감장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한 채, 질의를 강행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장의 국감 답변이 새로운 관행으로 굳어지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게 국감 증인으로서 재제청 거부 경위 등을 소명해야 한다고 다그친 것은, 자칫 국감장을 거대여당의 사법부 공격용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