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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 조금 줄였더니 시장이 열렸다
공방의 출발점은 1994년이었다. 버블경제 붕괴로 일본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업계 4위였던 산토리는 당시 주세법의 빈틈에 주목했다. 맥아 비율이 67% 이상이면 '맥주', 그보다 낮으면 세율이 싼 '발포주'로 분류됐다. 산토리는 맥아 비율을 약 65%까지 낮춘 '홉스'를 내놨다. 맛은 맥주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350㎖ 한 캔에 붙는 세금은 맥주보다 약 24엔 낮췄다. 산토리도 당시 저가 수입맥주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가격 부담을 줄일 방법으로 주세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싼 맥주 같은 술'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순간이었다.
정부가 세율을 손보자 업계는 다시 움직였다. 세금이 높아진 구간을 피해 맥아 사용량을 더 낮춘 상품들이 등장했다. 정부가 세율의 경계선을 바꾸면 기업이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식이었다. 갈등은 2001년 정점으로 치달았다. 정부·여당이 발포주 증세를 검토하자 아사히·기린·삿포로·산토리 등 대형 맥주 4사 수장들이 그해 12월 도쿄 에비스 거리에 직접 나섰다.
소비자 서명운동에는 약 14만명이 참여했다. 산토리 사장은 당시 "맥주와 다른 것이 잘 팔렸다고 증세하는 것은 왕따와 같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세수 감소였다. 당시 정부 세제조사회에서는 맥주 소비가 세율이 낮은 발포주로 이동하면서 주세 수입이 매년 약 500억엔씩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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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3년 정부는 발포주 세율을 다시 올렸다. 맥아 비율 25% 미만 발포주의 세금은 1㎘당 10만5000엔에서 13만4250엔으로 인상됐다. 350㎖ 한 캔으로 환산하면 약 10엔 오른 셈이다. 그러자 업계는 아예 맥아 사용을 피하거나 발포주에 다른 주류를 섞은 이른바 '제3의 맥주'를 개발했다. 삿포로맥주는 완두콩 단백질을 사용한 '드래프트 원'을 2004년 전국에 출시했고 첫해 1815만 상자를 판매했다. 세법을 피하기 위한 경쟁이 원료와 양조기술의 혁신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결국 상품이 나올 때마다 세율을 뒤쫓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2017년 세제 개편을 통해 2020년과 2023년, 2026년 세 차례에 걸쳐 맥주계 음료의 세율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재무성은 종류별 세율 차이가 상품 개발과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바로잡고 세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0년 전과 정반대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업체들은 높은 맥주 세율을 피하려 맥아를 줄였지만, 세율 차이가 사라지자 다시 '맥주'로 돌아서고 있다. 산토리는 10월 '금맥'을 신장르에서 맥주로 바꾸고, 기린도 11월 '혼키린'을 맥아 100% 맥주로 전환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태어난 상품이 시장을 키웠고, 커진 시장은 다시 세법을 움직였다. 버블 붕괴 뒤 가계의 절약 수요에서 시작된 일본의 '발포주 실험'은 30년에 걸쳐 소비자의 선택뿐 아니라 기업의 상품개발 방식과 정부의 세금 체계까지 바꿔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