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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빚 탕감, 신용질서·공정 훼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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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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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정부가 코로나19 때부터 자영업자들이 떠안은 수조 원대의 장기 부채를 정리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주로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을 통한 무담보 대출로 소상공인 등을 지원해 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2023년 개인사업자들의 미상환액은 154조원으로 원금의 40%가 넘는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만 6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감면 조치 대상은 2023년 6월 이전에 발생해 현재까지 갚지 못한 장기 연체채권이라고 한다.

코로나 때 공동체 안전을 위해 영업 손실을 감수했던 이들이 경기가 계속 나빠져 완전히 주저앉지 않도록 돕는 것은 공공의 당연한 책무다. 아울러 경제적 약자들의 파산을 방지하고 일터를 공고히 하는 것은 국가의 장기적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적 대책이기도 하다. 특히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10년 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의 휴폐업은 청년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의 대규모 부채 조정은 이 같은 악순환을 끊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국가적 어려움이나 정치적 전환기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부채 탕감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빚더미를 치워주는 방식은 상환을 미루며 시간을 끌면 결국 나라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금융 거래의 근본을 해치는 행위가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금융 시장 전반의 규율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신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불공정한 것은 정교하게 거르는 장치 없이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채무 조정이다. 이는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원리금을 성실하게 납부해 온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극심한 허탈감을 안겨준다. 당국이 혜택 차별화를 위해 융자 한도 상향이나 이율 우대 등을 대안으로 꺼냈으나, 거액의 채무 액수 자체를 지워주는 조치와 비교하면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 억울함을 넘어서 분노마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는 건전한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표를 의식한 대중 영합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려면 소상공인 채무자들의 실제 자금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조만간 확정될 구체적인 정책안에는 재산 은닉이나 의도적 납부 지연 등 도덕적 흠결이 있는 대상자를 적발할 수 있는 심사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회복이 정말로 어려운 한계 상황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당연히 생존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나 변제 능력이 있음에도 숨기면서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버티는 양심 불량자들은 끝까지 추적해 의무를 다하게 하는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합리적인 온정적 지원과 냉철한 잣대를 함께 들이대야 한다는 의미다. 대규모 빚 탕감이 정책 취지와는 다르게 자본주의 뼈대인 신용 질서와 사회적 공정성을 깨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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