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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호르무즈 조건 높이고, 美는 전쟁 ‘출구’ 찾고…마군 탄약 고갈이 확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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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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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협 재개방에 전쟁 종식·배상·봉쇄 해제 요구…"오만과 항로 합의 근접
"CNN "미군 수뇌부, 공습만으론 목표 달성 한계"...미사일 재고 급감
NYT "미군, 한국·아시아 방공 전력까지 중동 차출"
아라그치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성지 나자프의 이맘 알리 성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미국과 진행 중인 협상은 없으며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를 놓고 오만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AFP·연합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임시 항로를 둘러싼 이란·오만 협상이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해협 재개방에 미국의 종전 양해각서(MOU) 위반 배상과 전쟁 종식, 해상봉쇄·제재 해제 등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

◇ 아라그치 외무장관 "이란·오만, 호르무즈 임시 항로 합의 근접"…이란, 美에 MOU 위반 배상 요구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법적 관리체계와 선박 항로를 협상하고 있으며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양국 군과 해군은 기존 지도를 토대로 새 항로를 협의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이 기존 통항분리제도(TSS)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며 우선 임시 항로를 정하고 이를 영구 항로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도 아라그치 장관이 기존 TSS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만과 임시 항로를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은 항로 합의만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의 MOU 위반에 대한 배상 등 추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MOU를 이행해 합의 체결 2주 만에 선박 통항량을 정상 수준의 60%까지 회복시켰고 한 달 안에 완전 정상화를 예상했지만, 미국이 별도의 새 항로 개설을 시도하면서 합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고 IRNA가 전했다.

새 항로 합의안의 핵심 사항도 마련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합의안 초안은 페르시아만 진입 선박이 이란 측과 협의해 이란 쪽 항로를 이용하고, 진출 선박은 오만 측과 협의해 오만 수역 항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이란은 진입 선박에 일정한 통제권을 갖되 통행료나 서비스 수수료는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다. 다만 보안과 수색·구조 비용을 위한 자발적 지불금까지 금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오만 합의로 해협이 다시 열리면 미국이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의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면제 조치를 복원할 수 있다고 협상 내용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호르무즈
선박들이 3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이란, 美에 전쟁 종식·봉쇄 해제·철군 요구…하르그섬 원유 선적 중단

하지만 이란 지도부는 항로 합의와 해협 재개방을 분리하고 미국에 대한 조건을 확대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아야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이란과 역내 동맹 세력에 대한 전쟁·위협의 영구 종식, 이란 항구 해상봉쇄와 제재 해제, 미군 철수, 전쟁 피해의 완전한 배상, 동결 자산의 조건 없는 해제를 요구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세인 모헤비 대변인도 이란·오만 협상과 별개로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수용할 때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금이 합의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싸울 수 없다. 어느 시점에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FT가 전했다. FT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졸가드르 사무총장이 이번 주 사임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란 매체 보도가 나왔다며 지도부 내 이견 가능성을 거론했다. 호르무즈 관련 합의는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FT가 전했다.

협상과 동시에 미국의 해상봉쇄는 이란 원유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 상품시장 데이터업체 케플러와 에너지시장 조사기관 에너지애스펙츠에 따르면 하르그섬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최소 1주일 이상 원유 선적이 중단됐다고 FT가 전했다.

해양 정보기업 윈드워드는 원유 선적 접안 시설 3곳이 모두 계속 비어 있었으며 4일 기준 대기 해역의 선박도 16척으로 지난달 초 이후 최저였다고 분석했다. '핵무기 없는 이란을 위한 연대(UANI)'는 지난달 12일 이후 이란산 원유를 싣고 걸프해역을 빠져나간 유조선이 없다고 집계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총괄은 봉쇄가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해 이를 지키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고통도 감내할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해협의 선박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날 이란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계열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서는 인명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ADNOC는 전쟁 발발 이후 자사 선박 15척이 공격받았으며 최근 1주일간 3척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은 이번 주 UAE 선박을 겨냥한 네 번째 공격이라고 FT가 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재 해상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선박 30척 이상을 통과시킨 반면 53척을 돌려보내고 2척을 무력화했으며 다른 2척에는 승선했다고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밝혔다.

중부사령부
미군이 7월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전략적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 CNN "미군, 공습 한계·탄약 고갈에 이란전쟁 출구 모색"…국방부, 생산 확대 압박

미국 군 수뇌부에서도 전쟁의 군사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이 공습만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이란 전쟁의 출구 전략(off-ramp)을 모색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미군 고위 지휘관들은 탄약 재고가 '위험할 정도로 낮다(dangerously low)'고 판단하고 있으며 케인 의장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약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케인 의장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J.D. 밴스 부통령 등과 접촉해 공습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추가 확전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CNN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에서도 탄약 재고 감소와 확전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다만 케인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명령한다면 미군이 이란을 "완전히 박살낼 수 있다"며 군사적 실행 능력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방산업계에 생산 확대를 압박했다.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은 주요 업체들에 21일 안에 핵심 전력 납품과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는 "수년이 걸리는 개발 주기는 용납할 수 없다"며 사업 일정 단축과 즉각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주문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첫 달에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50발 이상과 패트리엇·사드 요격미사일 1000발 이상을 발사했고, 전투 초기 수주간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큼스) 1300발 이상을 사용했다.

사드
미군이 3월 5일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 기지에서 방공무기 발사대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 NYT "美, 한국·아시아 방공 전력 중동 차출…주한미군 취약, 한·일 핵무장 우려"

무기 부족의 영향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전쟁에서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1500발 이상이 소진됐고, 현재 재고는 1700발 미만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소진 물량을 재건하는 데는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토마호크 등 장거리 무기 다수가 중동으로 옮겨졌고, 수백발의 첨단 방공미사일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이동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국방부가 정찰 자산을 중동으로 돌리고 방공 전력을 빼면서 주한미군이 북한과의 전쟁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미국 관리가 NYT에 말했다. 일부 미국 관리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비핵 억제력에 의문을 품고 자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고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무기 소모를 '재래식 억제 수단의 세대적 파멸(generational destruction of conventional deterrence)'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전력 재건에 수년이 걸리는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개자료와 정찰위성 등을 이용해 미군 무기 재고를 추적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가 NYT에 말했다.

군사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외교 협상의 시간도 줄고 있다. 미국 측은 상업 선박의 방해 없는 통항을 복원하는 합의가 발표되면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되 이란의 합의 이행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가 미국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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