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경험한 위기관리 전문가
자산매각 진행 등 재무 체력확보 지속
하반기 시장 향방에 턴어라운드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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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차입을 늘리고 자산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며 차세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오재균 부사장은 반도체 불황을 극복했던 재무 전략을 배터리 사업에 적용하며 '불황 속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6723억원, 영업손실 619억원이다. 적자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실 규모는 전분기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는 ESS 수익성 개선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세액공제 효과 등을 반영해 손익분기점 달성이나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단기 실적보다 투자 기조에 쏠린다. 삼성SDI는 올해 ESS 생산라인 전환과 차세대 배터리 생산 기반 구축 등에 약 2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황 부진을 이유로 미래 투자를 줄이기보다 경쟁력이 회복될 시점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재무 전략의 중심에는 지난해 말 삼성SDI CFO에 선임된 오재균 부사장이 있다. 1972년생인 그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미국 SAS 법인과 TSP 총괄 지원팀장, 시스템LSI 지원팀장, DS부문 지원팀장 등을 거치며 반도체 사업의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경험한 재무 전문가다.
삼성이 오 부사장을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삼성전자 DS부문 지원팀장을 맡았던 2023년은 반도체 업황 침체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시기다. 당시 그는 비용 효율화와 투자 우선순위 조정, 재무 리스크 관리 등을 맡으면서도 미래 투자를 이어가는 전략을 지원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장기 침체를 겪는 삼성SDI에도 같은 유형의 위기관리 역량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오 부사장이 택한 해법은 비용 절감보다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재무 체력 확보'였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한국수출입은행과 KB국민은행 등으로부터 포괄 한도 약정을 체결하며 자금 조달 능력을 강화했다.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11조653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7700억원 늘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재무 운영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차입을 통한 투자 재원 확보는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투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중심에서 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로 축을 옮기고 있다. 북미 ESS 시장 확대와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백업유닛(BBU) 수요 증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하반기 실적 개선의 변수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BMW, 리비안, 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수요 회복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SS와 AI 인프라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인 호재에 그칠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오 부사장의 재무 전략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오 부사장은 단순히 적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업황 회복 이후를 겨냥한 재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ESS와 AI 인프라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면 지금의 투자 결정이 삼성SDI 턴어라운드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