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보다 산업효과·NATO 연계성·운용 실적이 승부 갈랐다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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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12척 규모의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간 오후 5시 경 핼리팩스에서 정부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건조비만 200억~300억 캐나다달러(약 20조~30조원), 운용·정비·성능개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400억~500억 캐나다달러(약 40조~5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사업 가운데 하나다. 다만 글로브앤드메일은 "대부분의 대형 방산 조달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표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지명하는 절차일 가능성이 크며 최종 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설령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확인되더라도 이번 경쟁의 승패는 잠수함 성능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경제적 파급효과에서 갈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브앤드메일 역시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와 TKMS의 212CD 모두 자국 요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으며, 최종 결정은 기업들이 캐나다에 제공할 경제적 혜택에 달려 있었다"고 분석했다.
◇산업효과·NATO 시너지…독일에 기운 추
실제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700억달러 이상의 무역·투자와 2026~2044년 연간 2만5000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캐나다 철강업체 '알코마'에 2억달러를 투자하고 잠수함 건조용 철강 구매를 약속하는 등 역대급 산업협력 패키지를 내놨다.
반면 독일은 TKMS와 노르웨이가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력 체계와 북극 안보, 유럽 공급망을 동시에 제시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앞서 TKMS가 캐나다에 Type 212CD 잠수함을 신속하게 인도할 수 있도록 독일과 노르웨이가 자국 발주 물량 일부를 조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또 독일 정부는 이번 사업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 약 860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약 65만 잡이어(1명이 1년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환산한 누적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단순한 잠수함 도입을 넘어 자국 산업기반과 NATO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선택지였던 셈이다.
글로브앤드메일도 "카니 정부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 우선'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경쟁을 통해 양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산업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TKMS가 보유한 장기간의 기술 축적과 글로벌 운용 실적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TKMS의 뿌리인 HDW(호발츠베르케 도이체 베르프트)는 209급·212급·214급 등 독일 재래식 잠수함 개발을 주도해온 업체로, 한국 장보고급 잠수함 기술의 출발점이 된 회사다.
한화오션이 장보고급 사업을 통해 독일 기술을 바탕으로 잠수함 건조 역량을 키웠다면, TKMS는 그 원천 기술을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사업자로 평가된다. 특히 TKMS는 지금까지 세계 20여 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공급한 반면, 한화오션의 잠수함 수출 경험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북극 작전과 장기 운용을 고려해야 하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검증된 운용 경험이 중요한 평가 요소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남은 과제는 '원팀 코리아'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간접적인 변수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KDDX 사업이 이번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기간 이어진 국내 업체 간 법적 분쟁이 해외 발주처에 한국 방산업계의 협업 체계와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남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캐나다처럼 수십 년간 운용·정비(MRO)와 산업협력을 함께 고려하는 사업에서는 기업 간 협력 체계와 장기적인 사업 수행 능력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수주전이 한국 잠수함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 잠수함의 기술력과 빠른 납기 경쟁력을 적극 알렸고, 캐나다 현지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투자와 산업협력 계획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결과가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전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공동 설계·건조 협력을 추진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이번 경쟁은 잠수함 성능만으로 승패가 갈린 사업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안보, 동맹, 경제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 프로젝트였다"며 "잠수함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독일과 최종 경쟁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한국 잠수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도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지속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