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영주권 흔들리면 생활기반 흔들린다”…민단이 日정부에 던진 경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24010008288

글자크기

닫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6. 24. 08:4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日,세금·사회보험료 체납 재류자격 취소사유로 넓혀, 외국인 공생보다 관리강화로 기우나
clip20260624084036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23일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일본 정부의 영주권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최영재 도쿄 특파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23일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연 집회는 단순한 항의행사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의 외국인 정책이 '공생'에서 '관리'로 기울고 있다는 재일동포 사회의 집단적 문제 제기였다. 쟁점의 핵심은 영주자의 재류자격 취소 사유 확대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영주자에 대해 "활동이나 재류기간 제한이 없는 재류자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영주자도 재류관리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제도상 영주자는 주거지 신고 의무 위반이나 허위 신고, 부정한 방법의 영주허가 취득 등에서 재류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공적 의무 이행 문제를 더해, 영주허가 뒤 고의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 공조공과를 내지 않는 경우 적절한 재류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조치가 단순한 납세 관리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영주권은 귀화와 다르지만, 장기간 생활기반을 일본에 둔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가족, 직장, 주거, 교육을 지탱하는 법적 토대다. 세금 체납은 일본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인은 독촉, 압류, 추징 등 조세 절차의 대상이 될 뿐 생활 터전을 잃지는 않는다. 반면 외국인 영주자는 같은 체납 문제로 재류자격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제2도쿄변호사회도 2024년 성명에서 영주허가가 원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부여되는 가장 안정적인 재류자격인데, 공조공과 미납을 취소 사유로 삼으면 생활기반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lip20260624083820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정식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 학도의용군. 1950년 6월 25일 6.25전쟁이 나자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던 민단 소속 재일 한국 학생 및 청년 642명이 자원 참전했다. 이중 135명이 전사했다./재일본대한민국민단 제공
◇'불량 외국인' 관리 논리가 장기정착 외국인까지 겨냥
민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일본 정부는 악질적 체납자를 상정한다고 설명하지만, 법률에 취소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달라진다. 병, 실직, 사업 부진, 행정 착오, 가족 돌봄 등으로 일시적 체납이 생긴 경우까지 어디까지 '고의'로 볼 것인지는 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집회에서 변호사 해설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문제는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향후 가이드라인과 운용 기준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영주자의 지위가 행정 재량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집회에서도 주최 측은 "외국인 정책의 적정한 운용과 인권보장이 중시되는 사회"를 요구하며, 파블릭코멘트와 가이드라인 작업에 당사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재일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저출산과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장기체류자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정책의 언어는 "선택받는 나라"보다 "질서 있는 관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관광객의 매너 문제, 불법체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규제 논란, 영주허가 엄격화가 하나의 분위기 속에서 묶이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일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영주자까지 잠재적 관리 대상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이 민단의 우려다.
clip20260624084008
1984년 10월 5일 도쿄에서 민단 산하 재일한국청년회 등의 주최로 열린 열린 지문 날인 거부 집회에서 민단 교토본부 하철야 청년회장이 딸을 안고 단상에 올라 "이 아이의 지문은 절대로 찍게 하지 않겠다"고 절규하고 있다. 1980년 첫 거부가 시작된 뒤 줄기찬 재일 한국인들의 거부 운동으로 일본 정부는 1993년 이를 폐지했다./재일본대한민국민단 제공
한국 시각에서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일본 내 한국계 주민에는 특별영주자뿐 아니라 일반 영주자, 취업비자에서 영주권을 얻은 신정주자, 국제결혼 가정, 유학생 출신 취업자들이 섞여 있다. 한일 인적교류가 확대될수록 일본의 외국인 재류정책은 한국인의 생활권과도 직접 연결된다. 더구나 한국 역시 저출산과 지방소멸 속에서 외국인력 유입, 장기체류, 이민행정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이번 논란은 한국에도 "외국인을 필요한 노동력으로만 볼 것인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민단 집회의 의미는 그래서 분명하다. 영주권 취소 조항 하나를 둘러싼 반발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외국인을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경고다. 공적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이 생활기반 박탈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는 비례성과 인권보장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민단이 요구한 것은 특혜가 아니라, 장기간 일본 사회에 뿌리내린 주민을 행정관리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는 최소한의 안정성이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