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 활성화로 대표되는 '업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술 추세의 변화가 본격화한 '행운'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상당수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GDP 성장률이 3.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핵심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반도체 수출 호조다. 올해 우리 수출이 9000억 달러를 초과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도 '효자 반도체'가 없었다면 꿈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영구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고,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칩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미국·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후발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시장 잠식도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하는 라이벌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협이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반도체 외 다른 산업 부문에서도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 역할을 할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이 대통령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방향이 올바르더라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특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 핵심 참모들의 발언에서 감지되는 '재정 등 양적 투입 만능론'은 우려된다. 국민성장펀드든 초과세수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기금이든 투입 자금 늘리는 걸 우선하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강하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자발적 투자가 초격차 성장동력의 핵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혁신과 창의력이 상시로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자금 투입보다 우선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N% 성과급', 노란봉투법 독소 조항 등은 이를 위해 정부가 시급히 손봐야 할 과제다. 재정 등 양적 투입만으로 정부의 소임을 했다고 할 게 아니다. '악역'을 맡을 각오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