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없는 입양의 날 기념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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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딸 박미애씨는 다른 이름으로 살아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사망' 처리된 아이가 해외로 입양돼 미국 미네소타에서 성장했던 것입니다. 이씨는 소식을 듣고 입양기관을 수소문해 딸에게 "미안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라"는 편지와 전화번호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랴 그렇게 믿었습니다. 혹여 입양가정에서 딸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이씨는 먼저 딸을 찾으러 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 노숙자 사망' 단신 보도. 박씨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박씨는 입양가족과 갈등 끝에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노숙 생활 끝에 2023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겨우 서른 살이었습니다. 심지어 사망 이틀 전 그는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한국 성씨 '박'을 다시 쓰는 걸 허락받았습니다. 박씨가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었던 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었습니다. 뿌리를 찾겠다는 30년의 절규에 대한 국가의 대답이 외면입니까.
1993년입니다.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전쟁 직후도 아닙니다. 이미 한국은 올림픽을 치렀고 선진국 진입을 말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 살아 있는 아이가 서류상 죽은 아이가 됐습니다. 이걸 두고 '시대적 한계'를 운운하는 건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실수니 사고니 하는 헛소리는 들을 가치조차 없습니다. 명백한 범죄입니다. 아이가 무슨 단추눈 끼워진 인형입니까. 병원이 공장입니까. 어머니가 열 달 동안 품은 아이입니다. 그 기다림이 결실 맺는 순간은 축복이어야 했습니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입니다. 하지만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이날을 기념하겠다는 건 뻔뻔합니다. 정부는 입양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온 더러운 역사를 스스로 미화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그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입니다. 살아 있는 아이가 어떻게 죽은 아이가 됐는지, 누가 거짓 기록을 만들었는지, 왜 국가는 그 긴 시간 동안 침묵하고 외면했는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관련자들은 반드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국가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체면이 아닙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가장 약한 존재를 정말 지키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