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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실패로 얻은 자양분… SKT ‘피지컬 AI’로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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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5. 05. 17:34

[기업, 실패를 딛다]
이프랜드 철수 AX 전환 전략적 선택
3D 가상화·디지털 트윈 기술로 집약
제조 공정 시뮬레이션 등 활용도 UP
"차세대 사업 기반… 완전한 실패 없다"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SK텔레콤은 '이프랜드(ifland)'를 앞세워 가장 빠르게 시장에 올라탔다. '로블록스의 아시아판'을 목표로 내건 이 프로젝트는 통신사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집약된 상징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약 4년 뒤인 2025년 3월, 이프랜드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전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을 각 국이 극복해 내면서 시장이 오히려 실내가 아닌 야외와 광장을 선호하게 된 영향이 컸다.

이프랜드 철수는 단순한 서비스 종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 기반의 통신사들은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반복해왔고, 이는 '신사업 진출-성과 부진-전략 수정' 사이클로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메타버스 사업 실패는 AI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사업 철수 논의와 함께 AI 데이터 솔루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결국 현재 SK텔레콤의 AX 전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프랜드 실패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 8000억달러 예상했던 메타버스, SKT의 도전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었던 2021년 SK텔레콤은 새로운 사업으로 메타버스를 낙점한다. 당시만 해도 메타버스 시장은 연평균 10% 중반의 고성장이 전망됐다. 실시간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물리적 영역으로 융합한다는 점에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글로벌 기관들은 메타버스 시장이 2020년 약 4000억 달러에서 2024년 80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텔레콤도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했다. 새 플랫폼으로 내놓은 이프랜드는 출범 당시부터 전사적 프로젝트였다. 박정호 부회장이 신사업 확대를 강하게 드라이브했고, 전진수 부사장이 사업을 총괄하며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했다. 2021년 MR 조직을 '메타버스 CO'로 격상시키고, 코빗·온마인드·해긴 등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NFT, 가상자산, 3D 이머시브 기술 등 당시 주목받던 요소들을 결합해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초기 흐름은 긍정적이었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290만건을 기록했고, 49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빠르게 이뤘다. 해외 통신사와의 협업, K팝 콘텐츠 접목 등으로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타진했다.

◇성장성 한계 직면…'엔데믹'의 역습

하지만 성장세는 일정 시점 이후 힘이 빠졌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정체됐고, 수익 모델은 끝내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가상자산을 연계한 '메타노믹스' 도입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본격적인 사업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여기에 엔데믹 전환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감한 점도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4분기부터는 글로벌 월간 이용자수가 급감했고, 국내 이용자 또한 급격히 줄어들면서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자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그 위에서 콘텐츠와 소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확보와 수익화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서비스는 2025년 3월 종료됐다.

이 과정은 통신사 신사업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트워크 기반 사업에 강점을 가진 통신사가 콘텐츠·플랫폼 중심 사업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구조적 한계를 체감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통신 3사는 그간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이프랜드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례로 남았다.

◇실패에서 찾은 새 먹거리…AI 전환 가속화 발판 되나

다만 SK텔레콤은 이번 철수를 '완전한 실패'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메타버스 사업을 통해 축적한 3D 가상화 기술과 운영 경험이 디지털 트윈 등 차세대 AI 사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실 공간을 가상 환경에 구현하는 기술은 제조·산업 현장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조익환 SK텔레콤 피지컬AI 본부장은 메타버스 기술과 관련해 '디지털 트윈'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메타버스 사업을 통해 축적된 3D 가상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터 자산화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제조 공정 시뮬레이션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최근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시뮬레이션, 실시간 데이터 연동 등도 이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2020년대 초반부터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술에 대한 발전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기술컨퍼런스에서 SK텔레콤의 디시털 트윈 기술이 소개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을 가상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트윈 기술은 수요가 있는 제조업 산업 현상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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