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 개정 시한 넘겨 법 효력 상실
낙태죄·국민투표 등 제도에 구멍
불법약 유통·기본권 침해 현실화
법조계 "입법부 책임 의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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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입법 지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수많은 법안들이 계류돼 잠들어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확인하고 개정 시한까지 명시한 '헌법불합치' 법률들마저 상당수가 기한을 넘긴 채 방치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미개정 법률의 실태와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짚어보고, 입법 지연의 책임과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주>
헌법재판소(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한 법률들이 제때 개정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이후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경우는 모두 10건이다.
헌법불합치란, 법률 조항이 위헌이지만 바로 없앨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기존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헌재의 결정이다. 이때 헌재는 국회에 법률 개정 시한을 제시한다. 다만 시한이 지나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 법률은 효력을 상실해 입법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낙태죄다. 여성의 낙태 결정과 낙태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9년 4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대한민국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헌재는 새로운 법률을 위한 유예기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후속 입법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낙태 제도에 구멍이 뚫리자 불법 낙태약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반 병원 홈페이지와 유사한 형식을 갖춘 낙태약 판매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낙태알약 100% 정품보장'이라는 문구가 걸린 해당 약품은 35만~55만원만 내면 별도 제재 없이 구매 가능하다. 낙태약을 양도하거나 구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몰래 낙태약을 팔다가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입법 공백이 시작된 2021년 1월 1일부터 이번 달 18일까지 법원 판결문 시스템을 통해 '낙태' '약사법 위반' 등을 검색한 결과, 불법으로 낙태약을 판매하거나 소지·유통해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모두 6건으로 파악됐다.
국민투표법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2014년 7월 24일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주민등록 또는 국내 거소신고된 투표권자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정시한은 2015년 12월 31일까지였으나 10년이 넘도록 입법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헌법 개정 등에 필요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국민참여방식 헌법개정을 위한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서 국민투표가 갖는 민주적 함의를 고려할 때 국민투표법 처리 지연은 국회가 국민이 부여한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입법 공백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입법부의 방치를 꼽는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간 내에 입법하지 않으면 법률의 효력이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입법 공백이 얼마나 강력하고 다급한 문제인지를 시사하는 것"이라며 "국가 고위공직자라면 이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태죄의 경우, 태아 역시 기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국가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태아를 대변하겠냐"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입법부 역할이 중요한데 정작 입법부는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들만 수없이 발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헌법불합치 입법 개정을 요구하거나, 선거를 통해 입법 공백을 방치하는 정당과 의원들에 대해 평가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