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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주택자 규제, 전월세로 불똥 안 튀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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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9. 00:00

/연합
수도권 집값 잡기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조치를 중단한 데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혜택 축소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양도세 감면 기회를 줬음에도 버틴 이들에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다주택자의 보유 비용을 높이는 세제 압박에 이어 자금줄을 직접 죄는 금융 규제 강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다주택자 대출을 점검하기 위해 전(全)금융권 회의를 열었다. 19일에는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의 기업 여신 임원들을 소집해 임대사업자의 대출 상환 방식과 만기 연장 절차를 점검한다. 정부의 금융 규제 조치가 일반 다주택자보다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주기적으로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주택임대사업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미다. 세제에 이어 금융 규제를 통한 다주택자 압박은 시장에 매물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제 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이후 16.4%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오는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물건에 대해서는 잔금·등기 기간을 4∼6개월 연장하고, 임차인의 임대기간 만큼 최장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기로 한 이후 매물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거주 의무 완화 등 '퇴로'를 열어두고 대출을 조이는 방식이면 금융 카드로 매물을 나오게 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가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이 전세 물량을 매매로 내놓으면 전세입자는 꼼짝없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전세는 씨가 말랐고 월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봄 이사철이 되면 이주 수요가 늘어 전월세난은 더 가중될 수 있다.

또 임대사업자가 매각하겠다고 내놓는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될지도 관건이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의 3분의 1 정도만 아파트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통계의 착시가 있다. 정부 통계에는 5층이 넘으면 평수와 관계없이 원룸 등도 모두 '아파트'로 잡힌다. 그렇지만 매각 차익보다는 매달 나오는 월세 수입을 노리는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중대형 아파트는 물론 중소형 아파트가 아니라 5~10평 정도의 원룸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살 수요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을 당국자들이 따져봐야 한다.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자칫 매물은 늘었는데 팔리지 않은 채 전월세 물량만 줄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다주택자 압박을 통한 가격 안정 방안의 디테일(세부사항)에 정부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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