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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라 왕자도 먹었을까…겨울 별미 울진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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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6. 02. 03. 14:34

"원래는 '울진' 대게다"…대게의 본고장 '최상품'
예로부터 궁중에 진상, 신라부터 역사 훑어보기
2026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2월 2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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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후포항 어판장에 놓인 붉은대게. / 지엔씨이십일 제공
겨울 별미 대게의 시간이 돌아왔다. 경북 울진군은 오는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후포면 왕돌초광장 일원에서 '2026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개최한다. 울진은 우리나라 대게의 본고장이다. 대게 하면 영덕을 많이 떠올리는데 사실 울진이 대게의 주생산지이며 영덕의 대게조차 울진에서 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응당 누려야 할 대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울진은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2월에는 맛있는 대게 이야기를 따라 울진 여행을 계획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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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항. / 지엔씨이십일 제공
대게는 은백빛, 분홍빛, 홍색 등의 빛깔을 띠는데 울진의 '참대게'와 '박달게' 등은 황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대게는 몸집이 커서 대게가 아니라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아 대게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이중 박달대게는 최상품이다.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해 경매가는 한 마리에 10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울진대게가 영덕대게로 알려지게 된 것은 과거 유통 과정에서 대게가 영덕으로 모였다가 수도권이나 다른 도시로 공급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디서 팔리든 식재료는 원산지가 우선이며, 누구든 자기 출신에 의미를 두기 마련인데 울진대게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게의 고향은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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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왕돌회수산' 대게와 붉은대게 요리. / 지엔씨이십일 제공
대게를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쪄서 먹는 것이 대표적 방법이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찐 뒤 다리를 부러뜨려 속살을 빼먹는 것을 한국 사람이면 모를 리 없다. 게 뚜껑을 열어 밥을 비벼먹는 것도 우리나라 특유의 대게 공략법이다. 울진대게는 2월 초 현재 일반적인 소매가 시세가 제일 작은 것이 마리당 2만원이며, 크기에 따라 2만5000원, 3만원, 4만원, 5만원으로 올라간다.

울진의 대게 축제는 붉은대게도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홍게로 알려진 붉은대게는 대게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을 띤다.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해 대게와는 약간 다른 나름의 별미가 될 수 있다. 또 대게에 비해 값이 싼 편으로 대게의 대체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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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 / 지엔씨이십일 제공
음식을 먹다보면 가끔 이런 음식은 언제부터 먹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울진대게도 역사가 짧지 않을 텐데 한번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대게 하나면 모든 설명이 끝날 것 같은 울진은 사실 역사문화 유적이 많은 곳이다. 현지에서의 대게 파티를 마치고 옛날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다. 울진은 삼국시대 고구려의 영향권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주로 신라의 땅이었다. 근남면 구산리에 있는 성류굴에 가면 신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성류굴은 2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됐다고 알려진 석회암 동굴이다. 종유석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으로, 온도는 15~17℃로 연중 변화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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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 / 지엔씨이십일 제공
이곳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오대산에서도 만난 인물과 재회하게 된다. 삼국유사는 신라의 왕자 보천과 효명이 속세를 떠나 오대산에서 수련했다고 전하는데, 이중 보천이 만년에 장천굴에 와서 굴의 신령에게 보살계를 주었다고 한다. 이 장천굴이 바로 성류굴로, 이때문인지 성불이 머물던 곳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사로 보기 어려운 삼국유사 외에 성류굴은 실제 신라의기록이 남은 곳이기도 하다. 2015년과 2019년 암각 명문이 발견됐는데 일각에서는 그 내용을 경진년(560)에 진흥왕이 다녀갔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완벽한 고증은 어렵지만 적어도 그 옛날 왕족과 귀족도 성류굴과 같이 신비한 곳을 찾아 나들이를 즐겼다는 사실은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자고로 먹고 즐기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볼 때 신라시대 사람들도 울진대게를 먹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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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이야기가 많이 내려오는 울진의 불영사. / 이장원 기자
조선시대로 들어오면 울진대게는 분명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울진의 주요 특산물을 자해(紫蟹)로 전하는데 이것이 바로 대게다. 명해군지도 자해가 주요한 특산물이라고 기록하고 있어, 예로부터 대게가 울진의 주요 생산물이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고려까지만 가도 문자기록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의 아쉬운 현실 때문에 언제부터 울진대게를 먹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울진대게는 고려에서도 궁중에 진상됐다고 전하기는 하는데 공식적인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마을 역사지 등에서 고려 충렬왕이 울진대게를 맛봤다는 말도 전하지만 구전에 가까워 보인다. 대게와 관련해서는 울진 평해읍 거일리가 게가 많이 잡혀 '게일'이라고 하다가 한자로 거일(巨逸)이라고 표기했다는 설과 마을 모양이 게알처럼 생긴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 등이 전하기도 한다. 다른 전설들도 참고하면 확실한 증명은 못해도 고려시대 이전부터 울진은 대게로 유명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성불했다는 보천 왕자는 몰라도 다시 속세로 돌아가서 성덕왕이 됐다는 효명 왕자와 성류굴에 들렀다는 진흥왕은 울진대게를 즐겼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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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항. / 지엔씨이십일 제공
대게를 맛보거나 실컷 구경하고 싶다면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인 후포항에 가면 된다. 대게가 살이 오르는 대게철이 되면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사를 둘러싸 나무판에 입찰가격을 제시하고, 경매사가 최고 낙찰가를 알리면 대게들이 손수레에 실려 나간다. 바닥에 쉼없이 깔리는 대게가 하나의 장관이고, 어판장의 활기는 겨울 추위도 잊게 한다.

◇ 백암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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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백암온천 원탕고려호텔. / 지엔씨이십일 제공
대게로 몸보신을 하고도 조금 더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겨울에 제격인 백암온천에 들러볼 수 있다. 53℃의 온천수에 나트륨, 불소, 칼슘 등 각종 성분이 함유돼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암온천단지는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할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곳에도 신라시대 전설이 전해지는 점이 흥미롭다. 한 사냥꾼이 창으로 사슴을 맞혔는데, 사슴이 누워있다가 상처를 치유하고 도망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그 자리를 봤더니 뜨거운 샘이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샘이 발견 된 이후 백암사의 스님이 돌무더기로 탕을 만들어 환자들을 돌봤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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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요트 학교. / 지엔씨이십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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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월송정. / 지엔씨이십일 제공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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