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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적 성장 전망에도 臺, 전반적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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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2. 01. 13:46

AI 반도체 호황에 7.37% 예상
1인당 GDP도 한국 추월 전망
저임금, 반도체 만의 성장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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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들의 임금이 중국의 31개 성시(省市)와 자치구들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 만큼 낮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한 매체의 그래픽. 대만인들과 대만 재계가 경이적 성장 전망에도 활짝 웃지 못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대만이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 호황 덕에 경이적 성장이 예상되나 정작 대만인들과 대만 재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치 우리와는 별 관계 없는 남의 나라 잔치가 벌어지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1일 전언에 따르면 올해 대만 경제의 성적은 진짜 경이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통계를 거론할 필요 없이 올해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만 봐도 좋다. 이웃 국가들인 한국과 일본은 기적이 일어나야 기대할 수준인 7.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25%를 기록한 2010년 이후 무려 15년 만의 대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폭증할 것이 확실하다. 올해 3만7828 달러를 기록하면서 최근의 갑작스런 원화 약세로 인해 지난해의 3만6239 달러보다 줄어든 수준에 그칠 한국을 22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되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대만인들과 대만 재계가 너 나 할 것 없이 환호작약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 반대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좋다. 우선 대만인들의 임금 실태를 살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해야 한다. 대만 행정원 주계처(통계처)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4년을 기준으로 한 대만인들의 평균 연봉은 56만 대만달러(2632만 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 4만7000 대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연 12만4110 위안(元·2581만 원), 월 1만342 위안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심지어 대만에서는 거의 선망의 직장이라고 해야 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TSMC(타이지뎬臺積電)의 연봉도 보너스를 제외할 경우 73만4400만 대만달러(월 6만1200 대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대만인들이 15년 만의 경이적 경제 성장의 과실을 거의 따먹지 못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환호작약한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게다가 주거비를 비롯한 대만의 생활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쥐꼬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임금으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청년들이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구이다오(鬼島·귀신의 섬)로 부르면서 기회만 주어지면 외국으로 탈출하겠다고 벼르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 이외에는 하나 같이 상황이 좋다고 하기 어려운 대만 재계의 경우 역시 비슷하다. 7.37%의 예상 성장률이 전혀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TSMC 등이 견인하는 경이적 성적표가 나와는 완전히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대만의 저임금, AI와 반도체에 지나치게 치우친 산업 구조는 당장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더욱 고착화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대만 경제가 내년 이후에도 승승장구를 이어간다 해도 대만인들과 대만 재계가 파안대소할 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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